휴먼 스킬 - 인공 지능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의 기술
크리스털 림 랭.그레고르 림 랭 지음, 박선령 옮김 / 니들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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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전문영역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3차 산업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 또한 세계와 인류의 삶에 지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을 담고 있기에 이렇게들 호들갑일까 궁금해 몇 권의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것을 토대로 내가 현재까지 이해한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이들 기술의 융복합으로 만들어지는 발전사회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로 각광받는 것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3D 프린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이 있다.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전문가라 칭해지는 사람들이 책이나 미디어에서 한결같이 주장하는 바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사회적 대격변에 적응하기 위해서 독창성과 창의성 그리고 상상력과 공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많은 것들, 이를테면 좋은 학벌, 좋은 직업, 성공하는 사업 등은 다가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거나 변화를 강요받을 것이라 전망한다. 


뉴스를 통해 전기차가 인공지능에 의해 자율주행에 성공했다거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결합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슈퍼컴퓨터가 쓰인다거나, 생체공학 로봇 기술로 장애를 극복했다는 식의 기사를 접하게 될 때마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지만 '내가 있는 자리'와 '내가 하는 일'은 제자리에 있는 듯 했으며 내 삶을 흔들 어떤 변화를 체감하진 못했다. 때문에 현재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할 뿐 미래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은 나중으로 미뤄뒀었다.


읽을 책을 찾던 중 '인공 지능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의 기술'이라고 쓰인 표지와 '미래 대응 센터'나 '마음 챙김 전문가'와 같은 낯설디 낯선 용어에 관심이 가며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격변이라 일컬어지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변화를 예측하거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식으로 바뀔지를 논할 때, 전문가들은 '누구도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지만 세상은 갈수록 뷰카(VUCA)화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뷰카란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 복잡성(Complex), 모호성(Ambiguous)을 의미한다. 뷰카화가 진행되면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요소로 4D(주의산만-Distraction, 관계단절-Disconnection, 다양성 부족-Lack of Diversity, 끊임없는 행위-Doing)를 꼽는다. 사람들은 진화된 기기에 빠져 집중하지 못하고 직접적인 사회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며 본인의 입맛에 맞는 것들에 몰입해 다양성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인간이 수행하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은 향후 기계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고유의 존업성과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 즉 사회 정서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슬기롭게 안착할 수 있다. 


휴먼 스킬(소프트 스킬)은 인간의 내면(정서)을 의미한다. 정서는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지만 미래 대응을 위한 휴먼스킬로써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5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이는 집중과 마음챙김(focus and mindfulness), 자기 인식(self-awareness), 공감(empathy), 복잡한 의사소통(complex communication), 적응 회복력(adaptive resilience)이다. 

마음챙김이란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어떤 행동을 할 때 딴생각을 하는 경우가 50-99% 가량이라고 한다. 자신과 주변환경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알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생산성이 낮아지고 대인관계 또한 소원해지기 쉽다. 마음챙김 훈련은 일상생활에서 또는 의도적으로 만든 상황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료를 마실 때 컵의 무게와 질감을 느껴보고, 음료의 내음은 어떤지 컵이 입술이 닿았을 때의 느낌은 어떤지, 등등을 집중해서 파악하는 식이다.   

자기 인식은 말 그대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내적 자기 인식과 외적 자기 인식으로 나뉠 수 있다. 내적 자기 인식은 스스로의 가치관, 사고, 동기 등을 이해하는 일이고 외적 자기 인식은 남들이 나를 보며 나의 동기, 감정, 한계 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자기 인식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장단점과 역량과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으므로 상황에 따른 현명한 대처가 가능하다. 

공감이란 내가 다른 사람들의 세계와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상대에게 보여주는 능력이다. 공감은 우리가 타인과 깊숙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상대방에게 개방적인 제스처를 취해 상대가 편히 다가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며 그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상대방의 입장으로 충분히 배려하여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며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소통 수단 또한 복잡해지고 있다. 상대방의 성향과 기분을 파악하고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핵심을 알게되면 소통은 쉬워진다. 상대하는 대상의 성향과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한편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적응 회복력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전진하는 것으로 좌절을 딛고 일어나 더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적응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성장형 사고방식(노력에 따라 재능이 발전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믿음), 호기심, 선심초심, 비판단, 자기 연민의 도움이 필요하다. 

집중과 마음챙감, 자기 인식, 공감, 복잡한 의사소통, 적응 회복력, 각각이 휴먼스킬을 구성하고 있지만 휴먼스킬을 더 강력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들 스킬의 협력과 조화가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휴먼 스킬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저자들은 싱가포르 대학교에서 '미래 대응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책임자들이며 '미래 대응'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급격히 변하는 미래에 대한 현명한 대응 수단을 강구하고 이를 교육하기 위한 기구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봤을 때 혁신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명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현재와는 크게 다른 세계가 생각보다 일찍 도래할 것이란 짐작은 가능하다. 

'휴먼 스킬'은 변화의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유지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5가지 스킬의 연마를 제안한다. 집중과 마음챙김으로부터 적응 회복력까지 순서대로 훈련을 반복해 내면을 강화하라고 당부한다. 기술과 기계가 발달할수록 인간의 위상은 물리적 수행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정서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대부분 경솔하고 섣부른 행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경우의 수가 1000개쯤 되는 주사위를 던져 단박에 숫자를 맞추는 것처럼 희박한 확률에 이름을 거는 것과 같다. 하지만 '휴먼 스킬'이 제시한 내용에 공감이 되는 바는 미래 가치를 예상함에 있어 인간의 정신적 측면을 강조한다는 점과 대책으로 제안한 방법이 비단 미래를 대비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뿐 아니라 현재의 자아 성찰과 대인관계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이다. 

휴먼 스킬을 마음에 새겨두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한 채,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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