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종말 - 과학으로 보는 지구 대재앙
밥 버먼 지음, 엄성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학적이진 못하지만 과학서적을 좋아하는 독자로써 지구의 운명을 위협하는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이다. 특히 저자 '밥 버먼'은 내가 몇 년 전 인상깊게 읽었던 <바이오센트리즘>의 공저자란 점이 더욱 기대치를 높였다. 




별의 일생을 알면 태양계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 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138억 년으로 추정하고, 태양과 그 부속 행성들은 비교적 최근인 45억 년 전에 형성됐다고 믿는다.
태양은 약 50억 년 가량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남아 있으리라 여겨진다. 태양이 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을 마치면 크기가 현재의 수성 궤도에 이르는 적색거성 단계를 거처 남아있는 수소와 헬륨의 핵융합 반응을 치룬 후 외피를 잃고 밀도가 높은 백색왜성을 형성한다. 백색왜성은 핵융합반응으로 생선된 탄소와 산소로 구성돼 있으며 더이상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없기에 천천히 식어간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가는 단계 이전에 모두 소멸할 것이다.


백색왜성의 중력이 가까운 별의 수소와 헬륨을 흡수하면 다시 강렬한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며 밝은 빛과 에너지를 뿜어내는데 이를 신성(nova)라 하고 신성보다 에너지가 훨씬 큰 경우를 초신성(supernova)라 한다. 초신성은 가까운 별에서 뺏은 물질이 충분히 누적됐을 때 엄청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별을 완전히 파괴하게 된다. 이 때 극도로 밝은 빛이 발생하고 방대한 중원소와 방사선을 뿜어낸다. 만약 지구와 가까운 지점에서 초신성의 폭발이 일어난다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달의 기원을 논할 때 등장하는 가설이 있다. 오래 전 태양계 내에 존재하는 지구보다 작은 화성정도 크기의 행성(테이아, Theia)이 지구와 충돌했고 지구와 융합된 부분과 떨어져 나간 부분이 생겼는데 떨어져 나간 큰 덩어리가 달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과정이 다시 발생한다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는 파멸할 가능성이 높다. 


 태양은 지구의 부모같은 존재이며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있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는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시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특히 강한 흑점 폭발은 거대한 에너지와 X-선을 지구에 전달하고 지자기 폭풍을 유발한다. 1859년 '캐링턴 대혼란'이나 2003년 '핼러윈 폭풍'이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해 발생한 지자기 폭풍의 좋은 예이다. 만약 캐링턴 대혼란 규모의 흑점 폭발이 현대에 발생한다면 지구의 전자제품, 인공위성, 전기 등에 엄청난 피해줄 줄 것이다.  


원자가 텅 빈 축구장이라면 원자핵은 축구장 가운데 놓인 소금 한 알 정도의 크기이다. 원자의 빈 공간을 제외하고 압축시킨다면 전 인류를 모아도 기껏해야 각설탕 한 개의 부피에 불과하다. 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빈 공간에 존재하는 미세입자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에너지로 가득하다. 

원자와 마찬가지로 우주는 아무 것도 없는 진공상태의 공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엄청나게 많은 미세입자들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방대한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다. 종종 거론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그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빅뱅과 우주의 팽창을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주의 팽창이 한계에 도달했고 우주 대수축이 일어나 우주가 붕괴될 것이란 의견도 있으며 우주가 오히려 더욱 팽창하면서 시공간이 무너지고 우주는 내부로부터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우주붕괴 이론은 지금으로부터 220억 년 이후에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는 생명체가 번성한 이래 총 5차례의 대위기를 겪었다. 연대순으로 나열해보면,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의 대멸종(4억 5천만 년 전 지구의 모든 생물의 60-70%의 멸종), 데본기 말기 대멸종(2억 6천만 년 전 지구의 모든 종의 70% 이상이 소멸),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대멸종(2억 년 전 지구의 모든 종의 70-75%가 멸종), 그리고 가장 최근인 백악기 대멸종(6천 6백만 년 전 공룡을 포함한 모든 종의 75% 가량의 멸종)이다. 이전의 대멸종은 원인을 밝히기 어렵고 이견이 분분하지만 비교적 최근인 백악기 대멸종은 거대 운석의 충돌에 의해 발생했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지구와 지구에 거주하는 생명체의 운명은 어쩌면 거대 운석의 충돌에 의해 멸절될지도 모른다. 


인간에 초점을 맞추면 질병도 절망적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0세기 초반 제1차 세계대전의 말미에 발생한 신종플루(influenza A, subtype H1N1)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해 수천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20세기 약 3억 명이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치명적 질병이 창궐해 인간을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는 원자력 안전 문제를 논할 때 매번 등장하는 예이다. 에너지를 얻기 위한 원자력 발전이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이 자연재해가 인간의 관리능력을 제한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핵폭발도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은 일본의 무조건적인 투항을 이끌어낼 만큼 위력적이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비축하며 인류는 자신의 생존터전을 순식간에 없애버릴 만큼 막대한 무기를 보유하게 됐다. 어리석은 지도자나 비이성적인 해커 등이 무모한 결정을 내린다면 인류는 중대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는 안드로메다이다. 연구에 따르면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는 96km/sec의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으며 결국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된다. 두 은하가 충돌하면 두 은하는 하나로 합쳐질 것이며 그 중심에는 거대 블랙홀이 생성될 것이다. 두 은하에 포함된 수많은 별들과 행성은 파멸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설사 그 파멸은 피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격변을 겪을 것이다. 이 사건은 앞으로 40억 년 후에 시작되어20억 년 가량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가장 핵심은 태양이다. 태양은 10억 년마다 10%씩 밝아지고 있다. 이 10%의 증가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지구는 고온으로 달아올라 지상의 수분은 모두 증발하고 대기는 두꺼워져 온실효과가 강해되면 지상의 온도는 수백도가 되고 거의 모든 생명체는 절멸할 것이다. 

태양은 핵융합반응을 마치고 적색거성 단계를 거쳐 백색왜성이 된다.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게 될 50억 년 후의 지구에는 이미 생명체가 소멸된 상태일 것이다. 다시 몇십억 년이 흐르면 태양은 지구 크기로 작아져 밀도가 아주 높은 검은색 항성이 되고 지구는 여전히 태양을 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태양과 지구는 2억 5천만 년의 주기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바이오센트리즘>에서 만물은 관찰자의 의식 하에 있으며 "관찰이 이뤄지기 전까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던 '밥 버먼'이 지구의 종말에 관한 위험은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 궁금했다.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바이오센트리즘>에서 보이던 철학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고 연구와 실험에 의해 밝혀진 결과를 토대로 글을 전개한다.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위협하는 많은 요인을 제시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대부분의 위험 요소는 아득히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전쟁이나 감염질환 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인간의 행위가 공공선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또한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거듭되는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우주, 은하, 태양계, 지구를 다루는 다양한 지식을 전해준다. 중간 중간 내 수준을 웃도는 부분이 있어 인터넷 검색과 다른 책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상식을 넓혀주고 무관심하게 지나갈 수 있는 천문학과 우주과학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계기가 된 것에 감사한다. 


제목은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이지만 실제 본문 내용을 곱씹어보면 우주의 신비에 대한 전달에 힘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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