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역사 - 인류의 기원에서 인공지능까지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윤승진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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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읽고 저자의 약력을 살피며 <지능의 역사>라는 책에 담긴 내용과 그를 표현한 삽화에 끌려 서평단에 신청하게 됐다. 저자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는 스페인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교육자로 실용철학에 관심이 많아 '교육 동원' 운동을 이끌었고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부모대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능의 역사>는 '우스백'이라는 미래에서 온 고도의 지능을 가진 가상의 인물이 '인류의 지능'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를 파헤쳐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우스백의 눈을 빌려 6백만 년 전 유인원에 가까웠던 원시인류가 현재의 문화를 이룩하기까지 겪은 과정을 이야기하고 어떤 동인이 그런 진화를 이끌었는지 추적하고 있다.  


현생 인류,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 어떤 계기로 말을 하게 되고 또 수만 년 전에 말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을 겪었다. 신체 무게의 2%에 불과한 뇌에 혈류의 20%를 공급하는 사피엔스는 상상력이라는 무기를 장착하면서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문자로 적어나감에 따라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인류가 만든 도구인 언어와 문자는 인류의 지능의 발전을 가속화시켰고 높아진 인류의 지능은 더 정교하고 더 훌륭한 문화를 창출해 냈다. 


본능에 충실한 여느 동물과 달리 사피엔스는 자연이 부여한 본능에 반대되는 성향을 띠지만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 다양한 도구를 개발/발전시켰는데 정의, 법규, 도덕, 종교, 과학 등이다. 인류가 만든 이러한 도구들은 인류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작동했고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자연의 생리를 벗어나 원초적 본능을 넘어선 과업을 수행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피엔스가 사는 세상은 현실과 정신세계, 그리고 언어로 이루어진다.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상상할 수 있고 상상한 바를 언어로 표현할 수도 있다. 언어가 있기에 현실의 실체는 다른 개체에게 전파될 수 있으며 언어로 얻은 정보는 실체를 보지 못했더라도 정신세계의 상상으로 이미지화할 수 있다. 


사피엔스는 행복을 추구한다. 개체에 따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다를 수 있는데 어떤 개체는 물질적 풍요를, 어떤 개체는 정신적 만족을, 또 다른 개체는 타인으로부터의 존경을 갈망하기도 한다. 어쨌든 행복은 사피엔스들의 지향점이다. 행복를 얻기 위해 행해야하는 행동은 이성과 감정에 따라 유발된다. 사피엔스는 항상 이성적이지도 않지만 완전히 감성적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성과 감정이 상호작용하여 행동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인간의 뇌는 이중 지능(생성 지능과 관리 지능)을 가지고 있다. 생성 지능은 상상, 꿈, 이야기 등을 만드는 능력을 뜻하며 우리가 머리 속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관리 지능은 생성 지능이 만들어 낸 것들을 검토하고 검열하여 밖으로 표현될 것들과 그렇지 말아야 할 것들을 구분하는 작업을 시행한다. 생성 지능이 과열되거나 관리 지능이 약화되면 다양한 정신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데 강박 장애, 환각, 충동 조절 장애, 자폐증, 조현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인간의 지능 발전은 생성 지능을 정복하고 재설계하는 과정이며 자기 제어를 확장해 가는 과정이다. 스마트폰으로 비유해 보면 인간의 뇌는 더 많은 어플리케이션을 받아들였고 어플리케이션 역시 발전을 거듭해 관리(운영체계)에 대한 힘을 강화시켰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생성 지능과 관리 지능이 모두 발달해가는 과정을 밟게 됐다.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고 문화를 생성했는데 이것은 인간의 지능 발달을 촉진했다. 학교와 같은 선대의 경험을 학습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개개의 지능이 모여 사회적 지능으로 융합되면서 보다 높은 차원의 지능이 형성되었다. 이 사회적 지능을 문화라 칭할 수 있는데 문화는 인간의 지능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지능 발달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개인의 지능과 사회적 지능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발전으로 이끄는 것이다. 


우스백은 인류의 역사를 관찰하며 3개의 축의 시대를 생각해 낸다. '첫 번째 축의 시대'는 대략 1만 년 전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며 유랑하던 인류는 안락한 생활과 더 큰 행복을 추구하며 농경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농경 생활로 발생한 잉여 식량은 재산의 축적, 분업, 상업, 보호의 필요성 등을 야기했고 그에 따라 인류는 집단의 규모를 확장하고 도시를 형성했다. 다수가 모여 형성된 도시는 인간을 생성 지능을 보다 억제하는 방향으로, 관리 지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두 번째 축의 시대'는 종교적인 축의 시대로 기원전 750년부터 기원후 350년 정도의 시기이다. 첫 번째 축의 시대로부터 사회적 지능의 진보를 얻었다면 두 번째 축의 시대에서 종교는 예술과 함께 인간에게 '심리적 기중기' 역활을 수행했는데 이로써 인간은 더 높은 이상의 존재를 상정하고 추종할 수 있게 됐다.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절대성과 완벽함은 인간의 목표가 되었고 동종끼리의 상호작용을 넘어서 초월적 존재를 추구하게 되었다. 더불어 종교가 제시하는 정의, 동정, 조화 등의 개념은 인간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아 사회 안정성을 높였다. 우스백이 관찰한 '세 번째 축의 시대'는 르네상스 시대, 즉 이성과 휴머니즘의 시대이다. 종교에 대한, 국가에 대한 복종이 미덕이던 시대를 뒤로 하고 이성과 자유가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했고 피조물의 위치에 존재했던 인간은 자신을 창조자의 위치로 격상시켰다.     


우스백은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인간의 지능이 발전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서 인류가 만들었고 인류의 발전을 가속화시켰던 문화를 같이 살폈다. 언어, 문자, 농경, 종교, 이성, 자유 등의 가치가 인간의 지능을 고도화시켰음을 확인했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에 대한 예견을 더했다. 도래할 혹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네 번째 축의 시대는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또는 '트랜스휴머니즘 시대'로 불리는 초지능의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딥 러닝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고 인간의 뇌와 결합하여 상상조차 불가할 막대한 지식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에는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신체적/지적 능력의 비약적 향상을 보이지만 우스백은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네 번째 축의 시대가 불러올 빈부 격차는 혜택받은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을 종(species)으로 구분지을정도로 커질 것이며 지나치게 강조된 개인주의로 사회성은 감소하게 된다. 개인은 풍요와 힘을 얻었지만 개체의 중요성을 상실하는 시대를 마주하게 될 수 있다. 우스백은 현재의 인류가 간과하고 있는 가치(연민, 평등, 정의)의 중요성과 맹신하고 있는 가치(이성, 과학, 실용)의 동반성장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미래에서 온 초지능 우스백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가치 평가와 판단에 따라 다가올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하며 인류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희망한다. 



<지능의 역사>라는 책의 표지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누른 스페인 인문 베스트셀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알다시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엄청난 호평과 사랑을 받았던 인문학 서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만해 보일 수 있는 이 문구가 <지능의 역사>라는 책을 읽은 후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대중을 위해 쓰여진 훌륭한 책이지만 분량이 많고 담고 있는 정보도 많다. 간단히 말해 아주 쉽진 않다. 반면에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의 <지능의 역사>는 지능을 매개체로 인류 문명을 돌아보는 책이며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을 할애해 아주 쉽게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뛰어난 개연성을 보인다. <지능의 역사>가 더 대중적이라는 측면에서 표지에 적힌 문구에 동의하게 된다. 


<지능의 역사>는 인간 지능과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간결하고 흥미롭게 살펴보기에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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