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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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중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외로워도 슬퍼도 죽지 마라
괴로워도 억울해도 죽지 마라

시위하다 맞아 죽지도 말고
굶어 죽거나 불타 죽지도 말고

가난한 자는 죽을 자격도 없다

가난한 자는 투신해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가난한 자는 분신해도
아주 차가운 눈빛 하나

가난한 자의 생명가치는 싸다

...중략...

가난한 우리는 가난하여 오직 삶밖에 없기에
사랑으로 손잡고 사랑으로 저항하고
쥭을 힘으로 싸우고 죽을 힘으로 살아가자

제발,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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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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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거대한 착각>

나만은 다르다

이번은 다르다

우리는 다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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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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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깊은 시간> 중

생일 아침 문득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
이렇게 길게 살아남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는 얕게 미지근하게 오래 살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생의 깊은 시간을 살다 죽고자 했는데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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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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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내가 쓰러질 때> 중

이제 넘어지고 실패하면
그 길로 한 방에 가는 세상
한 번 쓰러지면 끝장인 세상
실패한 자를 받쳐줄 그 무엇도 없는 벼랑 끝,
너나없이 달려와 들쳐업고 실어다 줄
친구도 이웃도 사라져버린 각자 살아남기의 시대

우리 모두는 전쟁의 세계에 개인으로 던져져
비겁하게 스스로 술잔을 세며 마신다
스스로 계산하며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머리 굴리며 올라간 만큼 떨어진다
받쳐줄 그 누구도 없는 아찔한 시장사회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 바닥으로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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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중

겨울에는 절대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그래도 다시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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