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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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내가 쓰러질 때> 중

이제 넘어지고 실패하면
그 길로 한 방에 가는 세상
한 번 쓰러지면 끝장인 세상
실패한 자를 받쳐줄 그 무엇도 없는 벼랑 끝,
너나없이 달려와 들쳐업고 실어다 줄
친구도 이웃도 사라져버린 각자 살아남기의 시대

우리 모두는 전쟁의 세계에 개인으로 던져져
비겁하게 스스로 술잔을 세며 마신다
스스로 계산하며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머리 굴리며 올라간 만큼 떨어진다
받쳐줄 그 누구도 없는 아찔한 시장사회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 바닥으로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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