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편리하게 경영 되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내 속의 열성 ADHD 인자들을 제거하고 최고급의나로 우뚝 선다면 현대 개량종들이 누리는 평가도 내 것이 될 것 같았다. 나는 편리하게 경영되기 위해, 병충해에강해지기 위해, 금전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자신의 토종적 기질을 누르기 시작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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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머감각, 최고다 정말












정신과 선생님도 "제발 신중하세요"
라고 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 말이야말로 혹시 미치셨냐는 질문의 의학적 변주인 것 같았다.
- P36

스물다섯에 ADHD와 우울증을 한꺼번에 발견한 나는반미치광이로 퇴행하고 있었다. 안 미친 반쪽으론 둘째딸, 회사원, 여자 친구 같은 역할을 연기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광증은 아니었다. ...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내가 망할 것임을 알았다. - P66

그럴 땐 내 삶보다 내게 상처 준 사람들의 삶을 믿었다. 그들이 그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망쳐나갈 세월과 사건들을 기대했다. 망하라고 생각하고 망하는 데 힘을 보태지는 않는 것이었다. 지금도내게서 200ml 이상의 눈물을 짜낸 사람들이 장수하길 바란다. 그런 인간성으로 오래 사는 게 과연 축복일까 싶은 것이다. - P73

상상 속의 나는 24시간을 온전히 24명의 노예처럼 부리며 시간의 폭군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생활이 지속될수록 24명의 상전이 나 하나를 후려 팰 뿐이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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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감탄하면서 생각한다. 나는 언제 이런 문장처럼 살아질까.




두려움은 언제나 내 안에서 비롯되어 내 안으로 사라집니다. 한 번도 저 바깥에 있지 않았습니다.
- P9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품어온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젊은 나이에 미쳐서 스스로 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부질없이 간직해온 내 과거의 불행함을 그 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는, 나는 결백하답시고 시치미 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바라보는 것 같다. - P101

밤은 청하지 않아도 기어이 찾아온다. 밝아오는 아침을누구도 외면하지 못하듯 어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단 하루의 유예도 없이 매일 밤 나를 방문할 것이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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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지음 / 아침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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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법을 알게됐다. 아픈이의 슬픔을 기꺼이 같이 아파하며, 한 생을 건너는 아름다운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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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고 다시 보니 또 다르게 읽힌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나보다.




어째서 어떤 슬픔은 발화됨으로써 해소되는지. 나는 그것이 늘 슬펐다. 그러나 그럼에도 말이 되지 못하고 남는 것들이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모국어로만, 침묵으로만 호명되는 것들.그러니 나는 아마도 다시 침묵 속으로. 평생을 배워도 다알지 못할 세계의 아픔에게로. 언제나 나보다 한발 앞서 그 아픔을 들여다보는 친애하는 예술에게로. 모든 것을 빚진, 아름다움에게로.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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