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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Boy - of the still boy, by the still boy, for the still boy
SE OK 지음 / MY(흐름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을 보고 나서 원작 논픽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검색해 봤다. 그런데 이미 절판된 지 오래되었더군. 그래서 이번엔 도서관을 이용해 보자는 생각해 보니, 관내 도서관에 한 권 있다고 한다. 바로 달려 가서 빌려 왔다. 그리고 빌려오는 길에 재밌어 보이는 남정네, 자칭 프로육아러라고 하는 세옥 씨의 <스틸 보이>와 최민석 작가라고 생각하고 빌린 백민석 작가의 <쿠바여행기>를 빌려 왔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그리고 오후 낮잠 모드에 들어가기 전에 세옥 씨의 <스틸 보이>를 모조리 읽었다. 230쪽 남짓한 책이었는데, 한 편에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린 단상과 그림 그리고 해시태그가 담겨 있었다. 뭐 나도 비슷한 여정을 경험하고 있어서 그런지 어찌나 그렇게 공감이 가는지 몰랐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다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뱃속에 있는 것이 천국이라고 했는데, 그땐 미처 몰랐네. 그리고 등짝에 마치 닿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센서가 달려 있는지 도통 누워서 자려고 하지 않았으며, 유모차에서 자는 꼴을 거의 보지 못했다. 비슷하게 치러지는 매 순간마다 격렬하게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렇지. 그리고 아주 아가야 시절에 외출하려고 하면 왜 그렇게 필요한 것들이 많은지. 바바리맨을 연상시키는 옷자락에 매달린 수많은 육아 장비들(!!!)을 보면서 그야말로 빵!빵!빵! 터졌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도 항상 빠지는 것들이 수두룩 했으며 그 없는 준비물로 난감했던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백일의 기적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어느 정도 커서 말귀를 알아 듣게 된 지금은 ‘시어’를 입에 달고 사는 꼬맹이를 보면서 울컥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무언가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서 물이며 음료수를 엎지른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그나마 집에서는 으이구 하면서 치러내지만, 외식해 보겠다고 외출해서 음식점에서 밥알을 날리거나 음식물을 뒤집어 업을 적엔 정말 답없다. 등짝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혹시나 ‘파충이’ 소리 들을라 열심히 물휴지며 걸레를 동원해서 흔적을 치우고자 노시초사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오늘도 한 건 하셔서 환타를 들고 뛰다가 보기 좋게 엎어 버렸다. 뒤처리하느라 등골이 살짝 휘는 그런 느낌.
그럼에도 꼬맹이와 같이 보내는 시절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응가를 치우면서 방독면 쓴 세옥 씨의 모습은 왜 그리도 공감이 가는지. 응가를 치우면서 이것도 내 새끼니까라는 생각이 공감 백만번이올시다. 입에서 ‘쉬야~’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들쳐 메고 화장실 찾아 삼만리하는 장면도 어찌나 그렇게 빼박이던지.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싶은 마음에 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현재 육아에 전념 중인 육아러들 그리고 조만간 혹은 가차운 미래에 육아러 등록을 하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봄직한 그런 육아 그림일기가 아닐 수 없다.
[뱀다리] 어제 급하게 리뷰 쓰느라 빼먹었는데, 프로육아러의 부녀회장 3연임은 대박 쇼킹했다. 문제는 전세 만기로 곧 이사가야 한다는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