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노무현 - 그의 마지막 하루
백무현 지음 / 이상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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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백무현 화백이 그린 <만화 노무현> 첫 번째 권을 읽었다. 그런데 1권이 나왔는데 왜 2권은 없지?라는 생각에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돌려 보았지만 2권은 역시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 오마이뉴스의 어느 기사를 읽고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작년 8월에 백무현 화백은 위암으로 소천하셨다고 한다. 20대 총선에서 아무런 명분도 없이 민주당을 뛰쳐나간 주드래곤을 잡기 위해 민주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도 나가셨다고 하는 기사를 언젠가 읽었던 것 같은데 그런 사연이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부디 편히 잠드소서.

 

고인이 그린 고인에 대한 그림이어서 그랬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짠한 마음 뿐이다. <만화 노무현>은 8년 전으로 시계를 돌린다. MB에게 기록적인 패배를 당하고 정권을 내준 뒤, 봉하마을로 돌아가 편안하게 살고자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소박한 꿈은 정권 초기 쇠고기 파동으로 호되게 당한 MB가 어쩌면 정치재개를 할 지도 모를 전임 대통령의 주변을 탈탈 터는 것으로 날아가 버린다. 기묘하게도 오늘 들은 뉴스공장에 출연한 당시 실세 중에 실세였던 정두언 전 의원이 3대 권력기관 중에서 전 정권에서 임명장을 받은 국세청, 검찰총장 그리고 경찰청장 중에서 두 명을 날려 버릴 거라는 첩보를 접수한 수장이 앞장 서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한다. 그게 누구인지는 오늘자 뉴스공장 방송을 들어 보시면 잘 아실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김경한, 검찰총장 임채진(최근 삼성 2인자에게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나서 다시 한 번 유명세를 치른 바로 그 인물이다), 중수부장 이인규 삼총사가 노무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아 국세청 조사를 바탕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엄연히 피의사실 공표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을 동원한 언론플레이는 물론이고, 태광실업 회장 박연차가 권양숙 여사와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에게 각각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뇌물의 최종종착지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는 기획을 세워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붙이는 여론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언론을 상대한 검찰 기획관이 홍만표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우병우는 노무현 대통령 조사를 직접 담당했던 수사1과장이었다.

 

언론의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봉하마을 사저에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영어의 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이던 MB에게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수사팀의 교체를 호소하는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들의 건의로 실제로 청원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헬리콥터까지 띄워 가면서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멀리 김해서 서울 서초동의 대검청사로 소환 조사되는 과정은 노무현 대통령 모욕주기의 절정이었다. 구속기소를 주장하는 중수부장과 정치적 고려를 감안해서 불구속 기소를 하고 처벌 그리고 사면을 진행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던 가운데, 더 이상 주변인들이 자신 때문에 고통 받는 걸 원치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이 내린 결단은 모두가 아는 바일 것이다.

 

고 백무현 화백은 아마 후속편에서 과거로 돌아가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를 다룰 예정이지 않았나 싶다. 부산의 잘 나가는 변호사에서, 일약 청문회 스타 국회의원으로 또 부당한 3당합당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YS에게 찍혀 내내 낙선만 하는 정치인으로, 절망적인 판세를 뒤엎은 대선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뒤로 하고 <만화 노무현>은 백 화백의 유작이 되어 버렸다.

 

역사는 희비극으로 교차되며 반복된다고 했던가. 전자가 비극이었다면 또 다른 후임 대통령이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이 수감되었을 지도 모르는 안양교도소 503호가 되었다는 사실은 희극에 가깝다.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정치를 시작했던 거인은 자신과 정치적 동지들 그리고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시민들의 지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퇴임 한 뒤 모든 것이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전진과 퇴보를 거듭하면서 미미하나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었던가. 9년간 보수정권 아래 어두웠던 세월을 뒤로 하고, 지난 겨울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의 실패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사회에 쌓인 수많은 적폐들을 청산해 가면서, 누구도 실행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혁을 진행 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지 못했던 미완의 개혁이 부디 성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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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11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무현씨가 <만화 정주영>에서 산업화 시절을 미화하는 내용을 그린 것을 보고, 정치성이 띤 만화를 조심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웬만하면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를 안 봅니다.

레삭매냐 2017-08-11 17:42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님 정도의 독서가라면 컨텐츠의 옥석
정도는 분별하실 수 있으니 염려 없을 것 같습니다 :>

만화 정주영 궁금하네요.

cyrus 2017-08-11 17:57   좋아요 1 | URL
책을 많이 읽으면 현실 감각을 잃게 되고, 정치에 무지하게 됩니다. 사실 제가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라요. 단편적으로 알게 되니까 편견이나 가짜 뉴스에 쉽게 속아요. ^^;;

<만화 박정희>를 읽고 난 다음에 <만화 정주영>을 읽어보세요. 차이점(?)이 느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