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도도 - 사라져간 동물들의 슬픈 그림 동화 23
선푸위 지음, 허유영 옮김, 환경운동연합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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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무 급해서 책이 도착하기 전, 온라인 서점의 미리 보기 서비스를 이용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두 꼭지를 읽고 나서, 어제 책이 도착한 다음에는 두말할 것 없이 단박에 책을 다 읽었다. 적어도 <내 이름은 도도>에 몰입해 있던 그 순간만큼은 춘수 씨의 <기사단장>도 배겨날 재간이 없었다는 말이다.

 

우리 지구별에 사는 모든 동식물의 유기적 연관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그런데 하루에도 몇 종씩 멸종해 가는 동물들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각하고 있는가. 오로지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오늘도 우리는 동물들의 삶의 거처가 되는 숲을 파괴하고 콘크리트 정글로 대체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종의 다양성을 파괴해 나가다 보면 백여년 전에 인류보다 더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던 여행비둘기 꼴이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자, 그렇게 현실을 자각했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지구별 보존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호를 위해 실천에 나서야할까. 지구별 온난화에 주범인 탄소를 왕창왕창 만들어내는 화석연료를 때서 만든 전기 에너지로 시원한 에어컨을 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내 한 몸 시원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그런 에어컨 사용도 좀 자제하고, 푸른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과 바닷새들에게 치명적이라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중국 칼럼니스트 출신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딱한 사정을 딸에게 들려주기 위해 선푸위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전설이 되어 버린 모리셔스 섬에 살던 날지 못하는 새 도도의 멸종이 어떻게 카바리아 나무의 섭생과 관련되어 있는지 유기적 관계에도 작가는 세심한 눈길을 보낸다.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북미 대륙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개체수가 인류의 수를 능가하던(50억 마리) 여행비둘기가 인간의 창조적인 사냥방식으로 전멸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비극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다. 소위 ‘후림비둘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사악한 방법을 동원해서 그 흔하던 종을 멸종시켰다는 게 아닌가.

 

1906년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던 과달루페 카라카라 독수리가 신대륙에서 살아 남은 방식은 서글프기 짝이 없는 스토리였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 같은 곳으로 피신한 카라카라들은 자신의 몸을 극한의 환경에 적응시키는 방식으로 생존에 성공했다. 저자는 그런 카라카라 독수리의 모습을 컬럼버스의 신대륙 상륙 이래 아메리카 인디오들이 생존한 방식에 비유하고 있다. 비극은 그렇게 변형과 변주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오늘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은 지구별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 멸종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작가가 군데군데 삽입한 중국애호랑나비, 말, 야성을 상실하고 자신이 낳은 아기 코끼리를 밟아 죽인 어미 코끼리 루마이, 동물원에 갇혀 살다가 야성을 회복하고 조련사를 공격한 호랑이 쥐쥐 그리고 중국 전설에도 등장하는 사불상이 가까스로 멸종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이야기에 이르는 다양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슬프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중국 쯔진산에 산다는 중국애호랑나비의 기구한 삶에 대한 상세한 고찰은 또 어떤가. 나비가 되기 위해, 네 번에 걸친 변태를 거쳐야 하고 애벌레 시절 살아 남기 위해 세신이라고도 불리는 족도리풀이 꼭 필요하다고 했던가. 인간의 난개발로 숲이 마구잡이로 파헤쳐 지면서 중국애호랑나비들의 서식처가 하루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지만, 그들의 열악한 생존환경도 만만치 않다. 꿀을 구하기 위해서는 오전에 강렬한 햇볕으로 날개도 말려야 하고, 갖은 고난 끝에 막 나비가 되려는 순간 인간들이 포충망으로 이 멋진 창조물을 생포하기 위해 곳곳에서 포진해 있다. 그들에게 빛나는 시간은 잠시 뿐이고, 먹잇감을 찾는 무서운 천적 새들의 공격을 피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에 대한 스케치는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은, 또 한편으로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다.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스러지는 중국애호랑나비의 모습이 자못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중국 이룽후에 살던 이룽잉어가 인간들의 식량생산을 위해 호숫물을 빼내기 시작하면서 기록적인 가뭄으로 호수가 말라 모든 이룽잉어가 몰살당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인재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듯 싶다. 미국에서도 1973년 리틀테네시 강의 텔리코댐 건설로 멸종위기에 몰렸던 달팽이시어가 악명 높은 대통령 닉슨이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서명하면서 간신히 멸종을 피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같은 해 닉슨의 주목할 만한 결정은 베트남 철군이었는데, 그것은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던가.

 

저자는 지구별의 모든 생명들은 나름의 가치와 존재 의의를 갖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인류의 영속을 위해서도, 종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필요이상의 난개발과 무분별한 남획 그리고 탐욕적인 컬렉션을 단호하게 배척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물원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꼬맹이 때문에 자주 동물원을 찾으면서도, 또 마음 한 편으로는 원래 고향에서 강제적으로 이주하게 된 물설고 낯선 환경에 노출된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인 동물원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인간 편의적인 동물원의 사육 방식 대신 최대한 동물들의 편의를 위한 친동물적, 친자연주의적 동물원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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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1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1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21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동물원에 번식에 실패하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외국에 서식하는 동물을 살 수 있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이러한 추세라면 동물원이 텅 빈다고 하더군요.

레삭매냐 2017-07-21 18:02   좋아요 0 | URL
어떤 이들은 동물원이 동물들을 보호하는 역할
을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 재생산-번식 차원에
서는 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서울동물원에 갔었는데 20년 만에
아기 낙타가 태어났다고 엄청 광고를 하더군요.
참 씁쓸했습니다. 자연상태라면 지극히 자연
스러운 일일 텐데 말이죠.

책에서 보니 어떤 동물들은 자연 상태가 아닌
인공적 환경에서는 인위적으로 번식을 포기한
다고 하는군요. 역시 자연의 섭리는 놀라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