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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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에서 소설가로 변신하는데 성공한 작가의 <저스티스맨>을 읽었다. 전작 <스파링>은 1/3 가량 읽다 말았다. 그 책도 마저 다 읽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 전의 인연이라 이제는 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작가가 어떤 사람이었더라. 하는 수 없다, 책을 읽어서 그의 캐릭터를 떠올릴 수밖에. 작가 후기를 읽고 놀랐다.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소설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구나. 그리고 작가가 그동안 준비해온 소설들이 등단의 힘으로 새롭게 단장해서 세상의 빛을 보겠구나 싶었다. 축하할 일이다.


다년간의 다독으로 다져진 작가의 서사 내공은 역시나 탁월했다. 하긴 누구나 책을 읽는다고 해서 탄탄한 서사 구조를 선보일 수는 없는 거니까. 실력을 인정한다. 누군가에게는 연쇄살인마 또 누군가에게 불의한 세상에서 정의 구현에 나선 우리들의 영웅으로 명명되는 킬러의 궤적을 쫓는 것이 소설의 얼개다. 정교하면서도 힘찬 서사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추리소설은 리 차일드가 등장하는 소설들을 연상시킨다. 바로 이 점이 소설의 가독성을 높여준 것이 분명하다. 소설의 실제적인 주인공인 킬러는 나름의 연관성을 가진 방식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른다. 킬러는 총기소지가 불가능한 동방예의지국의 질서를 교란시킨다. 깔끔하게 이마에 두 방의 스티그마다로 자신의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행위를 마무리한다. 어떤 이의도 존재할 수 없다는 듯이.


그리고 소설의 또다른 한축에는 키보드 워리어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중추신경에 연결된 뇌파의 활동과 신경이 조작하는 대로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킬러의 행위를 분석하고, 추종한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빠가사리 무리에는 처절하게 욕설 섞인 댓글로 응징한다. 작가는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소설에 담고 싶었던 걸까.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들이 권력을 사유화해 가는 과정, 사회의 밑바닥 인생에서부터 시작해서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이 넘실대는 세상에 킬러는 군더더기 없이 딱 두발씩의 탄환을 발사한다.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소설의 2/3 지점까지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적정한 선의 긴장을 유지하고, 미드 <왕좌의 게임>을 연상시키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캐릭터마저 킬러의 희생양으로 삼는 기법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문제는 마지막 희생자를 계기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대거 탈퇴하는 장면을 기점으로 소설의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후반부에서는 그야말로 김빠진 콜라를 마시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정의론도 혼란스럽다. 사회에서 제거되야 할 악당들을 처리하는 킬러의 살인에 환호작약하는 장면도, 소수의견이지만 그래도 킬러가 자행하는 폭력적 해결방식은 안된다는 이성적 판단을 가진 이들과의 대결구도도 무언가 연결고리가 부족하다. 게다가 소설에서는 다루고 있는 자극적인 동영상, 집나온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비행의 악순환 카테고리, 전작 <스파링>에서도 등장했던 셔틀로 대변되는 각종 청소년들 문제들. 자신만만하고 직선적으로 다루고 있는 소재들이 주는 불편함은 최근에 읽은 이언 매큐언의 <이노센트>의 그것과 필적할 정도였다. 어쩌면 작가가 다루는 소재들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무의식 중에 그만 초현실의 경계로 넘어가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서사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촘촘함이 좀 아쉬웠다. 아무래도 작가가 밝힌 대로 단편에서 출발해서 장편으로 살을 붙였기 때문일까.


전작 <스파링>을 읽으면서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고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저스티스맨>을 읽고 나니, 전작의 연장선에 추리소설이라는 변주에 21세기 한국의 인터넷 문화 비판이라는 곁들인 연타석 안타를 날렸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소설이 여성 독자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자못 궁금해졌다. 어쨌든 서포머 징크스는 이제 털었으니, 스코어링을 기대하겠소 비토 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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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30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파링》도 그렇고, 도선우 작가의 소설 주제는 흥미롭군요. 이번에 나온 신작은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다룬 거라서 기대됩니다. 《스파링》 후반부도 전반부에 비해 느슨한 느낌이 들었어요.

레삭매냐 2017-05-30 23:08   좋아요 0 | URL
<스파링>은 1/3 가량 밖에 읽지
않아서 후반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남성 스타일의 탄탄한 서사 구조는
일품인데, 상대적으로 디테일이나
비유에서 촘촘하지 못한 점이 눈에
띕니다.

생각보다 후속작이 빨리 나왔네요.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스타일의 서사
를 보여줄 지 궁금합니다.

2017-06-02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2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