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뒷조사 복음서 뒷조사
김민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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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물결플러스에서 <마태복음 뒷조사>라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검색하다 보니 그 전에 이미 <마가복음 뒷조사>라는 책이 먼저 출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구할 수가 있어서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기독교 복음서를 웹툰으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다들 진중한 책읽기를 싫어하는 세대에, 웹툰이라는 접근방식이 신선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역시나 성경이라는 큰 틀의 텍스트 안에서 맴돌기라는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신약 복음서에 대한 전거를 전승과 구약에 의해 해석하다 보니 생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구성은 불신자의 대표선수라고 할 수 있는 사판 검사가 대중을 미혹시킨다는 이유로 복음서를 고발한다. 그러자 사판 검사의 맞수이자 예수 그리스도 시대를 증언할 수 있는 유력한 용의자로 예수 그리스도가 탔던 나귀의 68대손 하몰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초반에 등장했던 스튜어트 변호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취약 포인트가 드러나기도 한다. 아마 <마태복음 뒷조사>에 등장하려나.

 

독자는 <마가복음 뒷조사>를 읽다 보면 알게 되겠지만, 사판 검사는 불신자치고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교리의 핵심을 찌르는 의구심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한다. 사판 검사가 예리한 공격수라면, 성서동물원을 탈출한 나귀 하몰은 사판 검사의 예리한 창을 교묘하게 방어해내는 소방수 역할이다. 김민석 작가가 구상한 취조 스타일도 마음에 들었지만, 법정 드라마로 엮어냈어도 재밌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 기독교의 두 스타였던 바울과 베드로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바울 서신보다 뒤늦게 쓰인 복음서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와중에, 로마의 통치에 대항해서 일어난 유대전쟁이 비슷한 시기에 있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사후에 특별히 기록된 문헌도 없이 예수 그리스도가 행한 이적이 자세하게 전해지게 되었느냐는 사판 검사의 초반 공격에 나귀 하몰은 당시 유대에서 행해지고 있는 공동체 구전전승이 해결책이었다고 답한다. 기록문화에 앞서 구전전승의 신빙성에 무게중심을 두었다고 해야 할까. 요즘 같이 디지털 문화가 발전한 시대라면 각종 동영상들이 대신하겠지만 말이다.

 

<마가복음 뒷조사>의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 생존 당시에도 제자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수많은 비유(parable)의 현대판 해석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집트로부터의 탈출, 바빌론 유수에서 벗어난 유대인들의 모습이 궁극적으로 가르키는 지점이 기독교 교리의 핵심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라고 설명한다. 기존의 기독교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기독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기독교 웹툰은 기독교 초심자라기 보다 만화 후반에 소개되는 아련한 과거를 가진 사판 검사처럼 가나안 성도들을 위한 게 아닐까.

 

당시 유대인들은 로마제국의 통치로부터 유대를 해방한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던 정치적 해방 곧 구원과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삶을 통해 구현하려고 했던 구원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 민족으로부터도 그리고 당연히 로마 황제의 버금가는 세속의 권력을 가진 ‘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개념 때문에 로마인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고, 기득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 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 제사장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 위에서 처형시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십자가 처형과 이어지는 부활이야말로 기독교 구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저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설명하는 데 있어, 다시 (구약) 성경이라는 텍스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문제점을 가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성경, 복음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인용해야 한다는 점이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읽기 전에는 공관복음 중에 가장 먼저 저술된 <마가복음> 저술에 관련된 무언가 새롭고 파격적인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는데 그런 부분 대신 교리와 비유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좀 지루해졌다. 사판 검사가 저명한 유대 랍비 저리가라할 정도로 신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나귀 하몰의 이야기에 교화감동될 거라는 클리셰이에 가까운 설정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 않았던가. 뭐랄까 ‘복음 전파’라는 작가의 기획의도와 취지를 따르지 못하는 무언가 부족한 구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복음서의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고민과 오늘날 교회가 반성해야 할 지점 등에 대한 부분이 너무 간략하게 처리된 것 같아 아쉽다. 그런 점에서 스튜어트 변호사와 콩이 등장하는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마태복음 뒷조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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