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문구 - 매일매일 책상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상 문구 카탈로그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지음, 김보화 옮김 / 벤치워머스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문구의 존재 목적은 문자의 기록이다.

 

옳은 지적이다. 그래서 문자와 복잡한 숫자들을 기록하기 위해 다양한 필기구들을 애용한다. 개인적으로 부드럽게 나가는 필기구를 좋아해서 그런지 1mm대 볼펜심이 있는 펜들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냥 나처럼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덕후 수준에 오른 이들도 제법 되는 모양이다. 이웃 일본 ‘전국 문구왕 선수권’대회에 나가 우승한 저자 다카바타케 마사유키는 덕질을 바탕으로 문구 회사에 취직했다가 나중에는 아예 업자로 나섰다.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싶다.

 

예전에 <연필 깎이의 정석>란 제목의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탄했던 적이 있는데 문구왕이 직접 일러스트를 그린 <궁극의 문구>에는 정말 다양한 문구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스페이스 펜의 유래에서부터 시작해서, 100엔 짜리 저렴하면서도 필기라는 본래의 용도에 전혀 손색이 없는 그런 클래식 문구는 물론이고, 공부하다가 중요한 것을 강조하기 위해 좍좍 그어대는 형광 마커,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잽싸게 포획하기 위한 노트북 등등 다카바타케 저자가 소개하는 문구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책에 소개된 제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품은 스티커와 테이프 제거제로 사용하는 솔벤트였다. 얼마 전, 아기소독기에 붙은 테이프 자국을 지우려고 얼마나 박박 문질러 댔는지 모른다. 한편, 책에 소개된 문구마다 제조사와 단가 그리고 판매처까지 알 수 있는 사이트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덕후의 경지를 넘어 업자로 입신한 저자의 세심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감명 깊었던 점 중의 하나는 지은이가 주로 다루고 있는 문구강국 일본 필기구 제조사의 혁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고객의 편리를 극대화하겠다는 어떤 방향성이었다. 문구왕 선수권 대회에 출전했던 자신의 체험도 등장시켜 어떻게 보면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문구에 일상성에 유머감각을 불어 넣어 주면서도 ‘일상 문구 카탈로그’로서 다양한 문구를 독자에게 소개하겠다는 책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자신 미처 모르고 있던 용도에 사용되는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이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도구적 인간이라는 ‘호모 파베르’가 역시 괜히 생긴 말이 아니구나 싶어졌다.

 

 

아무래도 필기구를 좋아하다 보니 혹시 소개된 제품 중에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은 없는가 하고 일본 엔커터라는 문구회사에서 나온 커터 칼을 하나 가지고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아무래도 문구를 좋아하다 보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소개된 제품 중에 무언가 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문구왕 마사유키 저자가 독자를 고객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그의 시도는 대성공이지 않을까. 저자는 단순하게 다양한 문구류를 소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사용해 본 후기와 더불어 아쉬운 점들, 개선하면 좋은 점들 그리고 이제는 생산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는 레어 아이템에 대해서도 꼼꼼한 소개를 잊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업자 마인드가 아닐까. 이번에 문구점에 가서 이번에 읽은 달레에서 만든 슈퍼시저스 같은 명품을 만난다면 안사고 배겨낼 재간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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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문구의 모험> 절반의 내용은 지루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

레삭매냐 2016-07-27 17:29   좋아요 0 | URL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인가 싶어 검색해 보았는데,
<궁극의 문구>와 <문구의 모험>은 상당히 다른 성격
의 책으로 보입니다.

일러스트가 반이라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우리 주변
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도 있어 거부감이 적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문구의 모험>은 글이 상대적으로 더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