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편애 - 전주부성 옛길의 기억
신귀백.김경미 지음 / 채륜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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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 : 어느 한 사람이나 한쪽만을 치우치게 사랑함.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편애’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역사를 전공해서 전국 두메산골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전주에 가본 적이 없었다. 학교도 다 졸업하고 나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전주를 찾았다. 학창시절처럼 치열하게 사전에 공부를 하고 간 것도 아니고, 답사를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본 것도 아닌 그런 어정쩡한 여행이었다. 그런데 내가 처음으로 찾은 전주는 참 기분을 좋게 해주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봐야 토박이도 아니고 수박겉핥기 식의 유람이었지만 만족스러웠다. 그 뒤에도 두 번 더 전주를 찾았는데 그 때마다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한 여행이었다. 이번에 신귀백 김경미 씨가 펴낸 <전주편애>를 접하면서 지상으로 네 번째 여행을 나선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저자들은 호남의 소문난 예향이자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전주부성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우선 간략한 역사까지 곁들여서 전주가 조선왕조의 뿌리였고,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없다는 말처럼 요지 중의 요지였다는 설명들이 주르르 달린다. 여말 왜구의 침략으로 도성의 방비가 중시되어 수차례 중건되었으며, 동학운동 시절에는 폐정개혁을 요구하는 동학군의 집강소가 설치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 전주부성의 모습은 18세기 전라감사였던 조현명의 노력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대역사는 백성들의 노동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백성들의 동원을 최소화하는 치밀한 계획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이런 목민관이야말로 현재에도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많은 역사가 있겠지만 어쨌든 한 마디로 말해 전주는 호남의 정치경제적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제시대에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도성의 곳곳이 헐리고 신작로와 철도가 들어오면서 객사를 비롯한 수많은 건축물들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편리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우리의 옛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계속해서 묻게 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주가 지금은 영화제와 비보이의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구술도 흥미롭다.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있는 역사를 품은 볼거리 뿐만 아니라 먹거리 또한 전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일 게다. 차이나타운은 개항장 인천에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주에도 유명한 차이나거리가 있고, 화교학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로 알게 됐다. 아직 맛을 보지 못한 전주 명물 ‘물짜장’에 대한 이야기도 절절히 이어지니, 다음번에 전주를 찾게 되면 예의 물짜장과 <일품향>의 만두도 꼭 먹어 보리라.

 

사실 전주하면 바로 연상되는 게 바로 한옥마을이지만, 저자들은 <전주편애>에서 한옥마을까지 아우르는 대신 사대문안 부성의 이모저모와 그 안에 살던 이들의 삶까지만을 다루고 있다. 전주 출신의 걸출한 야구선수인 김봉연과 어린왕자 김원형 그리고 박경완에 대한 스토리도 재밌게 들었다. 질옥, 다시 말해 돈감옥이라고 호칭하는 서민들의 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었던 이젠 모두 사라져 버린 전당포에 대한 추억도 아른하게 다가왔다. 전당포를 이용해 보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 곳곳에서 보이던 전당포의 추억을 되살리니 그 또한 별미가 아닌가. 세 번의 전주행에 앞서 <전주편애>를 읽었더라면 못미더운 블로그 대신에 아주 요긴하게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고 갖가지 산해진미가 펼쳐진 사진과 막걸리 상상만 해도 절로 도는 군침에 절로 혀를 차게 된다.

 

전주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들의 전주에 대한 사랑, 아니 편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나도 슬쩍 그 편애에 동승해 볼까 하는 얄팍한 꼼수에 문득 웃음이 났다. 이 책을 껴안고 네 번째로 전주에 가게 되면, 눈과 입이 얼마나 호사를 누리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옥의티] 역사적 사실과 다른 것 하나 지적하고 싶다. 260쪽 ,영조가 아니라 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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