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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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 한참 뒤에 리뷰를 쓰다 보면 그 책을 읽을 적에 가장 강렬한 기억을 오롯하게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그렇다면 지난달에 읽은 마스다 미리 작가의 자전적 만화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은 무얼까? 바로 그건 편집자와 미팅하러 나간 작가에게 의외로 독서량이 많지 않은 작가를 위해 편집자가 서점으로 데려가 직접 책을 골라주는 장면이었다. 어떻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마스다 미리 작가는 그런 이야기조차도 자신의 삶을 이룬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가감 없이 그려냈다. 이 정도로 솔직한 작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히 야마다 에이미를 추천하는 예의 편집자의 센스에 정말 한 방 먹었다.

 

최근에 읽은 <뷰티풀 라이프>의 작가 다카기 나오코 작가도 그랬지만, 마스다 미리 작가 역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26세에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오사카에서 상경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목에도 나오는 것처럼, 그리고 어려서부터 자라온 가정분위기 때문인지 느긋하다 못해 조금은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다. 다카기 나오코 작가 같은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여러 편집자와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지만 잘 맞지 않는다면 역시 느긋하게 패스시켜 버리고 달콤한 거나 먹으러 가자 이렇게 마음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정말 부러웠다. 먹고사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부러움이라고 해야 할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무한자유에 한 표 던지고 싶어라.

 

하지만 역시 자신이 찾고 있는 무언가를 찾을까 하는 마음에 소재사냥에 나서는 그녀의 모습에 작가가 받는 스트레스의 일면을 보았다고나 해야 할까. 그래서 작가는 버섯 강좌를 찾거나 쌍둥이바람초 관찰모임, 밤에 산을 하이킹 같은 특이한 행사에도 부지런히 출석한다. 하긴 그런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쌓여 오늘날의 마스다 미리 작가가 탄생한 거겠지 싶다. 어린 시절 공부를 못했다고 하면서, 그래도 부모님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격려해 주셨다고 했지 아마. 모두가 그렇게 잘 나갈 필요는 없겠지, 누군가는 이렇게 재미난 일러스트를 그려 사회에 이바지하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카피라이터로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한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노라고 고백하는 장면도 마음에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익숙한 환경에서 떠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마스다 미리 작가 역시 오사카의 가족과 떨어져 낯설고 물선 도쿄에서 새롭게 출발한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두둑한 배짱으로 성공해 내지 않았던가. 그리고 안단테 스피드로 느긋한 삶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여전히 소심한 성격은 벗어나지 못해 서점가에 놓인 자신의 책 띠지를 가지런히 놓기도 하고, 서서 자신의 책을 다 읽는 사람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엿보길 즐기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마스다 미리 작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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