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라이프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인데... 마스다 미리 작가의 만화를 즐겨 보는 편이다. 아니 그녀의 만화는 거의 다 구해서 본 것 같다. 단순한 선으로 그린 심리묘사가 일품이라고나 할까. 최근에 그녀의 느긋한 작가생활에 대한 만화를 읽었는데 오늘 읽은 다카기 나오코의 <뷰티풀 라이프>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더라.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안고 대도시 도쿄로 상경해서 고군분투하는 삶, 많이 비슷하다고. 다만 마스다 미리가 오사카에서 왔다면, 다카기 나오코는 미에 현에서 왔다고.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분야에서 성공하는 싶은 마음은 비슷할 것 같다. 다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는 다르지 않을까. 우선 성공의 가능성이 더 많은 대도시로 향한다. 일단 고향에는 성공하러 대도시로 간다고 말했기 때문에, 집에 손을 빌릴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기 전까지 생존을 위해 월세와 식비 각종 청구서를 내야 하는 비용도 필요하고, 또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공모전과 일거리도 구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두 만화를 비교하면서 거의 공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스다 미리 작가의 작가생활 만화가 성공한 후에 과거를 회상하는 거라면, 다카기 나코오의 이야기는 아직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의 고난의 역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는 알바를 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을 따라 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치솟는 거주비와 불안정한 일자리는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지 않나 싶다. 다카기 작가는 추첨행사 알바에, 수상쩍은 물건을 파는 알바직을 전전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이 그녀가 그린 성공기의 핵심이 아닐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알바 동료를 만나 생활의 꿀팁을 얻기도 하고 아낄 것은 최대한 아끼면서도, 꿈을 이루기 위한 비용(일러스트 학원비나 미술 재료)은 아낌없이 지출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한 시간과 비용의 소모 때문에 알바 동료와 자연스레 멀어지는 장면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이질적인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비정규직 삶과 먹고사니즘에 찌든 현대인의 일상이 전지구화되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가가 다양한 알바 자리에 도전하면서, 특별한 기술 다시 말해 스펙이 없어 당하는 설움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다카기 작가의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생활전선에서 알바로 돈도 벌어야 하고, 친구 하나 없는 삭막한 도시에서 어떻게든 돈을 아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고향에 있을 적에는 황당한 일을 겪었을 때, 푸념이라도 늘어 놓을 가족이라도 있었지만 도쿄에서는 무엇 하나 가능한 게 없다. 정작 더 무서운 건 생활고에 찌들어 꿈인 일러스트마저 게을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언젠가는 유카타 디자인 연구소에 알바로 채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지만 연구소의 사정으로 채용이 취소가 되면서 의기소침해 하는 24세 방년의 다카기 작가. 또 하나 1998년 일본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점은 장기간 이어진 불황 그리고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는 작가지망생들이 엄청 많았다는 점이다. 다카기 작가가 일러스트 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쩌면 현장에서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는 라이벌들이 아니던가. 엄청난 작품을 그려 제출하는 N씨가 고향에서 자신처럼 유복한 가정에서 생활하며 일러스트에 전념할 거라는 작가의 추측은 보기 좋게 엇나가 버렸다. 그녀 역시 작가처럼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 두고 자신의 꿈을 좇아 도쿄로 나온 드리머(dreamer)였다. 그리고 작가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삶과 꿈에 도전하는 선배였다고 해야 할까.

 

아직 1권에서는 다카기 작가의 고난에 찬 회상기가 이어질 뿐이다. 어쩌면 어느 정도 자리잡힌 작가가 된 후에 그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계기가 돼서, 하루살이 알바생에서 잘 나가는 전업작가가 되었는지 2부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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