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어쩌면 리뷰를 쓰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게 아닐까? 갑자기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점심 먹고 나서 중고서점에 들렀다. 우선 살 책 세 권을 집고 들고 그래픽노블을 둘러 보러 갔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 그래픽노블 말고 뭐가 있겠는가 말이다. 이제 곧 개봉 예정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마스다 미리 작가의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골랐다. 당첨, 오늘의 읽을 책이로구나.

 

<시빌 워>는 등록법에 관련된 중간편이라 아쉬울 따름이었고, 삼십대 여성들의 결혼 연애 직장 생활에 초점을 맞춘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은 쉬우면서도 책장이 팔랑팔랑 그렇게 넘어가는 묘미가 있었다. 서구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본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같은 동양에서는 여성이 나이가 되면 결혼해야 하고(물론 남성도 마찬가지다), 직장생활을 해서 돈벌고 기타 미래의 설계를 해야 한다는 삶의 공식 같은 게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가족의 압박이 있었다. 만화의 주인공 수짱 역시 예외는 아니다. 수짱은 어쩌면 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고향 가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에 둥지를 틀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수짱은 36세고, 수짱의 사이드킥으로 등장한 친척동생 아카네는 이제 서른이 되었다고 한다. 수짱의 고민은 직장에서 아무래도 좋아할 수 없는, 아무래도 싫은 무카이 씨 그리고 아카네에게는 40세 직장동료 기무라 씨가 있다. 무카이 씨는 수짱이 점장으로 활약 중인 카페의 주인장의 조카딸로 소위 말하는 금수저 스타일이다. 허구한 날 점장인 수짱에게 와서 다른 사람들의 험담을 하는 것으로 소일거리를 삼는 모양이다. 다른 이들의 일에 그닥 관심이 없는 수짱은 피곤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하지 않을 수도 없고, 자꾸만 자신의 영역으로 침범해 들어오는 무카이 씨가 얄밉기 짝이 없다. 급기야는 점장의 고유권한인 일정조정까지 넘보니 그 말은 결국 수짱에게 일을 그만두라는 압박이었을까. 당연히 우리의 당돌한 수짱은 모종의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이번 편에서 수짱의 직장생활에 초점이 맞춰저 있고, 연애사는 뒤로 밀린 느낌이랄까.

 

그에 비해 아카네의 경우는 직장생활과 연애가 병행으로 돌아간다. 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압박은 녹록치 않다. 게다가 직장동료인 기무라 씨는 예전의 영화(?)만을 생각하며 후배 아카네를 부려 먹느라 여념이 없다. 손님을 접대하면 그 사람이 자리를 치우는 게 기본이 아닌가. 왜 자꾸만 아카네에게 시키고, 누구나 다 쉬고 싶어하는 징검다리 휴일에 연차를 내서 동료의 발을 묶는 걸까. 아주 피곤한 건 아니지만, 얄밉게 자기 이익만 챙기는 직장내 얌체 동료에 대한 일종의 고발이라고나 할까.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아마 그럴 수 없겠지.

 

아카네의 고민은 지금 만나는 남자 친구의 배려 없는 말버릇이다. 식당이나 레스토랑에 가서 종업원들을 부리는 듯한 짧은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아카네. 이 사람하고 결혼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 게다가 동생이 먼저 시집가는 바람에 집안의 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던 차에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활동 중인 남자친구가 센다이로 발령이 났다면서, 프로포즈를 퉁친다. 진작부터 애정이 가지 않던 직장생활을 그만 두고 삶을 리셋하고 싶었던 아카네는 남자친구의 프로포즈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의 본질을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과연 아카네의 결정은 어떻게 날 것인가.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시시콜콜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거리를 공감할 수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꼭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와 결혼해야 하나 그런 고민, 직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동료와 잘 지내는 방법, 결혼하라고 성화를 부리는 부모님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에 고민들을 마스다 미리 작가는 콕콕 집어낸다. 공간을 우리나라도 바꿔도 무리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 마당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수짱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또 한편으로는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이 다 마찬가지지 하며 그냥 익숙한 직장에 남아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마스다 미리 작가의 작품을 야금야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음에 볼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은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이다. 마침 근처 도서관에 있다고 하니 당장 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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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07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쓰기 위해서 책을 읽습니다. 그래야 책 읽을 시간이 아깝게 흘러 보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책 한 권 읽고 나서 관련 글 한 편 쓰지 못하면 허전합니다. 다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