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 - 공주, 건달 그리고 시골 소년 스타워즈 노블 시리즈 4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안종설 옮김, 랄프 맥쿼리.조 존스톤 그림, 박상준 감수, 조지 / 문학수첩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 새벽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수중에 넣었지만 앤 타일러의 신간과 재니스 윤경 리의 소설을 읽다 보니 좀 밀렸다. 단숨에 100쪽 가까이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름을 보아 하니 여류작가로 보이는데 누구지?하는 생각으로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참 세상 좋아졌다. 예전 같으면 제법 품이 드는 정보검색이라는 일이 구글과 위키피디아 덕분에 이렇게 편해졌으니 말이다. 브래컨은 놀랍게도(?) 1987년생으로 <어둠의 영혼들> 3부작으로 미국에서 성인 판타지 장르 작가로 이미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2014년 11월에 스타워즈 시리즈 4편에 해당하는 <새로운 희망>을 소설화하는 작업을 제안받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였다.

 

작년말에 <스타워즈> 시리즈 새로운 에피소드가 개봉하면서 전세계적인 흥행몰이에 나섰지만, SF장르가 유독 맥을 추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별 반응을 보이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많은 흥행인원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본토에서 보여준 반응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극장에 스톰트루퍼 헬멧을 쓰고 나타난 사람부터 시작해서, 웅장한 음악과 함께 그 유명한 자막이 은하계로 흘러가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괴성을 지르며 영화와 일체화가 되는 경험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 같다. 근 40년간에 달하는 유구한 영화역사 속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선 스타워즈 신화에 도전한 이십대 작가의 패기를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스토리라인은 기존의 영화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팰퍼틴 황제가 지배하는 은하계 해방을 위해 싸우는 반군 대열에 레아 공주와 건달 한 솔로 그리고 시골소년 루크 스카이워커가 합류하면서 제국의 가공할 무기인 죽음의 별(데스 스타)을 파괴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맥락을 그대로 따라간다. 초반의 작가가 명시한 대로 스타워즈 시리즈는 시간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소설은 현재진행형이면서 동시에 과거에서 이어진 운명과 싸우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사에 얽힌 비극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브래컨 작가는 러닝타임을 고려해서 영화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표현하는데 특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공주>편에서는 레아 공주가 얼데란란 행성의 공주에서 반군 투사로 거듭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녀는 팰퍼틴 황제의 오른팔로 아무런 감정 없이 자신의 고향별을 통째로 없애 버리는 결정을 내린 다스 베이더의 포로가 되지만, 제국의 폭압적인 지배로부터 은하계를 해방시키겠다는 그녀의 결연한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라는 고대 세계 이래 계속해온 투쟁의 역사가 영화/소설에서도 그대로 반복 변주된다. 대의를 가지고 싸우는 전사들에게 반동의 강제와 억압은 역설적으로 원심력으로 작동한다. 다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은하계에서 사라져 버린 얼데란란 행성의 무고한 수십억 인류의 운명은 대의와 생존이라는 가치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전통적 질문을 독자에게 숙제로 남겨준다.

 

레아 공주에 비하면 건달이자 밀수꾼 그리고 훗날 반란군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한 솔로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은하계의 손꼽히는 악당인 자바 더 헛의 물품을 제대로 취급하지 못한 죄로 엄청난 금액의 현상금이 걸린 한 솔로는 코파일럿 우키 츄이와 함께 산전수전 그 중에서도 주로 공중전을 숱하게 겪은 밀레니엄 팔콘의 베테랑 선장이다. 레아나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투사가 아닌 개인의 생존과 영달에 더 관심이 많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나 할까. 벤 케노비와 루크를 얼데란 행성까지 데려다 준다는 조건으로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참가하게 되지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잊지 않는 멋쟁이로 변신에 성공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루크 스카이워커는 타우인 행성 출신의 ‘꼬마’로 제국군에게 그동안 자신을 키워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잃고 제다이 기사의 길로 인도해준 벤마저 희대의 악당 다스 베이더에게 잃은 그야말로 더 이상 아무 것도 잃은 게 없는 그야말로 천둥벌거숭이 같은 존재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포스(the force)의 인도를 따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전형 같은 인물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약간의 막장드라마답게 출생의 비밀도 안고 있는 캐릭터로 시리즈에서 계속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희망>에서는 우주 최고의 조종사 애너킨 스카이워커의 아들답게 처음 몰아보는 반군의 엑스윙를 타고 철벽수비를 자랑하던 데스스타의 심장부에 양성자 어뢰를 명중시키면서 일약 스타가 된다.

 

영화에서 파생된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이 이제는 소설판에까지 도달한 모양이다.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조지 루카스가 창조한 현대판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여전히 순항 중이다. 기본 내러티브를 충실하게 지키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을 가다듬어 멋진 소설로 만들어낸 스타워즈 기획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언제나처럼 포스가 그대와 함께 하길. May the for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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