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1 - 한정판
김규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알라딘 중고매장을 찾았다. 레이먼드 카버의 <풋내기들>을 사기 위해서 말이다. 책을 고른 다음, 그래픽노블 코너에서 오래전 네이버 웹툰으로 만난 김규삼 작가의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첫 번째 권을 읽었다. 한가한 구석에 가서 만화를 읽고 있노라니, 어렸을 적에 아시는 분이 하던 서점에 가서 그렇게 책을 읽던 생각이 절로 났다. 그 시절에는 돈을 벌 수가 없어서 책 사는 게 쉽지 않았었지. 지금은 책 살 여유는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 때처럼 열심히 책을 못 읽고 있다. 여유와 한가로움은 공존할 수 없는 모양이다.

 

연재를 빼먹지 않고 다 본 것 같은데, 문득 김규삼 작가의 후속작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쌉니다 천리마마트>라는 작품이 있었나 보다. 그것도 연재 시작이 2010년이라고 하니 자그마치 5년 전에 나온 모양이다. 그 후로는 웹툰을 잘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다. 예전에는 단행본 만화가 대세였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특히 웹툰이 대세가 되었다. 지금도 수많은 만화가들이 웹툰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쪼록 성공을 거두시길 바란다.

 

김규삼 작가는 자신의 작품(<정글고>와 <천리마마트>)에서 입시경쟁과 성공 그리고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규격화된 시류를 비판하면서 조금은 기상천외한 방식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가령 예를 들면, 학교에서 실시되는 종교수업(부두교!!!)의 선생님으로 엄청 섹시한 외국인 선교사를 채용하는가 하면, 살인적 경쟁이 판을 치는 할인마트에 아마존 부족 40명 전체를 고용하는 파격을 선보인다. 만화적 상상이란 바로 그런 점이 아닐까. 현실에서 도저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을 작가는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 잡기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전교 1등의 불사조 캐릭터가 눈에 띈다. 보통의 청소년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지력의 소유자이면서, 사람이 아닌 존재 ‘불사조’가 보통의 인간과 경쟁할 수 없다는 설정이야말로 기발하지 않은가. 결정적으로 죽지 않는 영생불사의 존재라는 점이 놀랍다. 정글고의 이사장 역시 노골적으로 돈만 밝힌다고 처음부터 까고 시작한다. 교내방송을 통해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라, 이사장이라고 선포하는 당당함이란. 대개의 비리 족벌사학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정글고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진다.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자체가 어디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는 방증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만 있는 건 아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선생님들 역시 처음에는 꽃미남을 방불케 하는 미모의 소유자들이었지만 세월의 풍상에 시들어 가며 지금의 폭력교사 수학 선생님이 되었다는 전설도 나온다. 그래서 여학생들이 앞장서서 지금의 꽃미남 생물샘을 지키기 위해 마사지와 팩을 손수 해주려고 야단들이다. 아무리 엉터리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수험생들에게 좋다는 미신만 시장에 퍼지면 다들 못사서 안달이라는 것도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로 등장한다. 수험생에게 특효라는 만년삼을 이용한 각종 요리는 어떤가. 모두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무한경쟁 속에서 달리고 있는 한국교육계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희화화가 마냥 반갑지만은 것도 사실이다.

 

정글고 혹은 천리마마트에서 김규삼 작가가 그리는 것에 감탄하는 것 중에 하나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그것이 차라리 만화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그런 포인트에서 마구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너무 씁쓸해질 수밖에 없었다.

 

[리딩데이트] 2015년 5월 19일 화요일 오후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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