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4년 5월 20일 화요일 오후 5-7시
장소 : 서울 명동 해치홀

 

지난 주에 이창래 선생 북콘서트가 열린다는 랜덤하우스 공지를 보고 나서 한참을 고민했다. 아니 평일 오후 5시부터라니. 직장인들은 휴가 혹은 반차를 내고 오라는 말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창래 선생의 책을 작년부터 사모으기 시작했지만 정작 읽지 않고 있다가 지난 달에 혹독하게 감기를 앓으면서 데뷔작인 <영원한 이방인>과 비교적 근간인 <생존자>를 단박에 읽어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어렵사리 구한 <가족>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 랜덤에서 절판된 <가족>과 <척하는 삶>을 재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며칠을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신청했고, 어제 북콘서트 참석 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지화자~ 그런데 어제 바로 문제가 발생했다. 같이 코업으로 일하는 동료가 오늘 사정으로 결근한다는 비보였다. 이럴 수가! 나마저 자리를 비울 수 없는데... 눈 앞이 캄캄했다. 원래 오늘 두 시간 정도 일찍 퇴근해서 명동으로 가는 플랜이었는데 다 망가졌다.

 

 

 

북콘서트 끝나고 싸인 받을 책까지 골라 놓았는데 이게 어쩔 거란 말인가. 그렇다고 이런 절호의 기회를 포기할 수가 있으랴. 북콘서트는 몰라도 책에 싸인이라도 받자는 심정으로 일을 다 마무리하고 5시 반에 출발했다. 명동행 지하철을 잡아 타고 가까스로 6시 20분경 도착했는데 그 사람 많은 명동에서 북콘서트 장소인 엠플라자의 해치홀을 찾지 못해 황금 같은 시간을 다 까먹어 버렸다네. 일본인 중국인 그리고 태국인으로 추정되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일 저녁의 명동을 배회하고 있었다. 문득 해외여행 갔을 적에 출퇴근하는 그 나라 사람들 틈에서 관광객처럼 옷을 입고 거리를 누비던 생각에 문득 웃음이 나왔다.

 

천신만고 끝에 해치홀을 찾아 갔는데, 이미 북콘서트는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염치 불구하고 북콘서트장에 들어서니 앉을 자리도 없게 그렇게 대성황이었다. 늦게 와서 앉을 자리 타령하는 것도 참.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외국인이 엄청 많았다는 점이다. 확실하게 외국에 널리 알려진 작가답게 다국적군의 편성이 다채로웠다. 앞의 부분은 다 잘라 먹고 Q&A 시간의 마지막 두 질문만 들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창래 선생의 마지막 스피치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선생이 영어로 말해 주면 통역사가 우리말로 통역해주는 그런 과정이었는데 확실히 일반 북콘서트보다 진행이 더디고,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 그리고 긴 호흡의 번역의 경우 전달 부분이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이번에 랜덤을 통해 자신의 기존에 출간된 책들이 리이슈되서 출간된 점 그리고 영어로도 많이 읽히지만 새롭게 번역되어 한국말로 읽히는 것도 좋다고 말한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앞 부분도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쩌랴 늦어서 다 듣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시간 부족으로 질의응답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고대하던 싸인을 득템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많은 이들이 나처럼 싸인을 받고 싶어했으나 이창래 선생의 다음 일정 상 그러지 못해 너무 짧게 진행된 싸인회가 아쉬웠다. 어쨌든 난 감명 깊에 읽은 <생존자>와 최신잔 <이런 만조에> 원서에 싸인을 받았다. 싸인 받기 전에 책이 두 권인데 괜찮겠냐고 물으니 선뜻 괜찮다는 말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행사장 입구에서 이번에 재출간된 <가족>과 <척하는 삶>을 정가 14,800원에서 800원 할인된 14,000원에 팔고 있었는데 아직 서점에 깔리지 않은 지라 서점 할인율 10%만 되더라고 사려고 실탄을 준비해 갔는데 가격을 보고는 포기했다. 하긴 책 세권에 싸인을 해달라고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었겠지. 그리고 싸인회에서 아쉬운 점 하나는 싸인해 주실 이름을 적을 메모지와 볼펜을 준비한 관계자 분이 싸인 받으려고 선 왼편에 계시지 않고 오른편으로 가버리셔서 못내 당황했다. 너무 급하게 행사장으로 가느라 항상 가지고 다니는 볼펜과 메모지조차 준비하지 못해 당황해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메모지는 관계자분에게 하나 얻고, 볼펜은 앞의 분에게 빌려서 허겁지겁 그렇게 싸인 받을 영문 이름을 적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이창래 선생 앞에서 영어 스펠을 하나하나 부르는 쇼를 연출한 뻔 했다.

 

예전에 퓰리처상을 받은 주노 디아스의 싸인을 받았는데, 오늘 싸인 받은 이창래 선생이 앞으로 더 뛰어난 창작 활동을 보여 주셔서 퓰리처상을 넘어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될 그날을 고대해 본다. 나도 노벨상 받은 작가 분의 싸인을 받은 사람이라고 말하게 될 그날까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4-05-2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명 받은 책 너무 근사하네요. 아직 이창래 작가님 책은 못 읽어 봤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