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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킬러 덱스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6
제프 린제이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덱스터가 돌아왔다. 리뷰의 시작으로는 좀 진부하지만 어쨌든. 책으로 먼저 만났던가? 아니면 쇼타임에서 방영되는 덱스터 시리즈로 만났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처음 덱스터를 만난 순간, 어두운 달빛 그림자와 검은 승객을 친구 삼아 날카로운 칼과 공업용 테이프로 무장하고 법망을 피해 유유자적하게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들을 처리하는 매혹적인 ‘싸이코패스’ 킬러에게 그만 반하고 말았다. 게다가 냉소적이고, 그만의 유머로 무장되어 있으니 이만한 캐릭터가 없지 싶다. 지난 십년 동안, 제프 린제이는 이 성공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모두 7권의 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다섯 번 째인 <달콤한 킬러 덱스터>에서는 이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무언가를 추구한다. 바로 그에게 진짜 가족이 생긴 것이다.
전작 <친절한 킬러 덱스터>에서 몇 달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덱스터와 리타 사이에 릴리 앤이라는 새 생명이 태어나고 그동안 킬링을 낙으로 삼아온 연쇄살인마가 드디어 인위적인 웃음과 꾸며낸 인간관계를 벗어 버리고 마침내 진짜 인간이 되기 시작하는 과정을 <달콤한 킬러 덱스터>는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왜 제목은 <달콤한 킬러 덱스터>로 했는지 바로 이해가 갔다.
그리고 덱스터는 릴리 앤의 미래를 위해 어둠에서 벗어나 양지의 사람이 되겠노라는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 이유로 계속해서 덱스터의 취미생활을 기대했던 독자에게 개과천선한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비로소 인간궤도에 접어든 덱스터를 가만 놔두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그 이름은 마이애미 강력계의 데보라 모건 경사다. 그녀가 맡은 어느 사립고등학교 여학생의 실종 사건 현장에서 대량의 피가 발견되면서, 경찰 소속의 혈흔분석가 덱스터의 결심은 꼬이기 시작한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덱스터가 개입된 사건의 강도는 생각보다 세다. 그 정도로 마이애미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이 엽기적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번에는 카니벌, 식인종이 등장한다. 맙소사.
게다가 아주 오래 전에 데보라를 거의 죽일 뻔한 덱스터의 친형 브라이언까지 등장해서 스토리를 흥미롭게 만든다. 의붓아버지 해리에게 자제력을 배운 덱스터와는 달리,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폭주하는 브라이언과 데보라가 다시 만나기라도 한다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갑자기 등장한 브라이언은 리타와 애스터, 코디의 환심을 사면서 덱스터 월드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착륙을 시도한다. 그 와중에 소외감을 느끼는 덱스터. 자신의 취미생활 포기선언으로 검은 승객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고 그야말로 감이 떨어진 덱스터에게 그나마 하나 남은 진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데보라는 자꾸만 약한 소리를 해댄다. 도대체 이 괴짜 남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달콤한 킬러 덱스터>는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된다. 실종된 사만다 알도바르를 추적하는 과정(사실 이 부분이 훨씬 더 재밌다)과 아이의 출산이라는 극적인 체험을 한 킬러 덱스터 내부의 미묘한 심리 변화에 대한 두 가지 전혀 다른 방식의 서사구조다. 자신의 취미생활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릴리 앤의 탄생으로 어쩔 수 없이 아빠가 된 킬러의 변심이라니. 독자는 어쩌면 배신감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년 동안 진행된 캐릭터라면 뭐 이 정도의 변심 혹은 변신은 눈감아 줄 만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예전에 드래골볼 시리즈의 손오공처럼 우주로 날아가 상상 그 이상의 초강적들과 대면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달콤한 킬러 덱스터>는 좀 더 쎈 인스톨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정도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물론 실종된 사만다를 찾는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대적 카니벌들과의 대결을 보면 그렇지도 않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끄는 이슈 중의 하나는 덱스터와 오랜 동반자 관계였던 검은 승객과의 날선 갈등이다. 더 이상 취미생활을 하지 않겠노라는 덱스터의 선언에 덱스터 월드의 실제적인 지배자였던 검은 승객은 더 이상의 영감을 덱스터에게 주지 않겠다는 듯 그를 궁지에 몰아 넣기 시작한다. 최강의 파트너였었는데,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 정신을 빼앗긴 남자에게 검은 승객이 자비를 베풀 리가 없다. 이에 더해, 어느 순간 등장해서 덱스터 가정의 인기를 독차지한 브라이언 역시 주목할 만한 캐릭터다. 독자는 내내 그가 왜 이 시점에 등장했을까 하는 의문을 소설의 결말까지 제프 린제이는 숨기고 알려주지 않는다. 비중 있는 캐릭터인 만큼 인상적인 한방을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리뷰의 제목으로 <마이애미 뱀파이어 클럽>이라고 뽑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에 자세한 언급을 가급적 피하고 싶다. 그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직접 책을 읽어 보시라. 좀 엽기적이다.
날이 좀 무뎌지긴 했지만 역시 덱스터는 덱스터였다. 쇼타임 드라마도 시즌 1,2만 보고 나머지는 패스해서 요즘 덱스터의 활동상이 좀 궁금해졌다. 이미 미국에서는 <달콤한 킬러 덱스터>의 후속작으로 두 편의 소설이 더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명실상부하게 진짜 아빠가 된 덱스터의 진화가 궁금하다. 그나저나 이제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게 된 마이클 C. 홀의 덱스터 표지 이미지가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