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맞추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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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스 아프리카에에서 나온 <조각맞추기>를 읽었다. 어제 도서관에 가서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중 <아이스>를 빌려 왔는데, 읽기는 오늘 산 <조각맞추기>를 먼저 읽었다. 형사물 장르를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는 고() 에드 맥베인의 자그마치 57편이나 되는 시리즈 물 중 처음으로 만난 책이라 그런지 더 감회가 깊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장르물이 개척한 온갖 시리얼킬러와 흉악범들을 거쳐서 그런지 올드스쿨 스타일의 형사물이 촌스럽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서로 치고 박다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6년 전 당시로서는 거금인 75만 달러를 턴 은행강도들이 남긴 보물찾기에 조각난 사진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하는 직소 퍼즐 맞추기처럼 87분서 소속의 유능한 형사들이 퍼즐맞추기에 동원된다.

 

극 중에서 슈퍼스페이드로 등장하는 스티브 카렐라 형사의 파트너인 아서 브라운의 캐릭터에 주목할지어다. 어째 이름부터 흑인이라는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어쩌면 일가를 이룬 에드 맥베인은 이름에서부터 바로 정면대결을 피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역자 후기에서도 밝히듯이 이 소설의 진짜 재미는 사진 직소퍼즐 찾기가 아니라, 작가가 의도적으로 곳곳에 배치한 잉여의 순간들을 읽을 때다. 어차피 사건이야 책을 끝까지 다 읽으면 해결될테니까 나같은 게으른 독자들은 그저 그 순간들을 즐기면 그만이다.

 

그 어떤 빈집털이보다 뛰어나다는 형사들은 영장 없이 용의자의 집을 드나들며 증거 확보에 여념이 없다. 유력한 단서를 가진 용의자는 때로는 슈퍼스페이드 형사를 유혹하기도 하고, 정보 제공 대가로 서슴지 않고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떤 형사는 탐문 중에 빼어난 알리바이를 장기로 내세우는 매력적인 용의자의 애인에게 빠져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한다. 공무수행 중에 알콜 섭취를 안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소소하지만 소설 곳곳에 보이는 빛나는 유머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나저나 스마트폰은커녕 구닥다리 핸드폰도 없어, 고장난 다이얼식 공중전화를 찾아 헤매는 형사들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아니 도대체 그 시절에는 어떻게 신속하게 연락을 취하고 사건을 해결했단 말인가.

 

 

에드 맥베인은 예나 지금이나 범죄가 일상이 된 가상의 도시 아이솔라(대도시 뉴욕이 배경이 분명한)를 배경으로 형사와 범죄자 간의 게임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소설 도중에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보통의 생활에 치중했자면 그 이상의 보상을 얻었으리라는 지적에 얼마나 공감이 갔는지 모른다. 아무런 노력 없이 날로 먹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결말에서 범인이 밝혀졌을 때, 일면 싱겁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다시 아서 브라운 형사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에드 맥베인은 인종차별 이슈를 정면에 내세우고 독자에게 그래서 어쩔건대라고 도발한다. 게토 출신의 흑인 형사는 가까스로 탈출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도 슬쩍 피해가는 융통성도 발휘할 줄 안다.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는 전사 이미지보다 두루뭉술한 그것을 차용한 작가의 전략이라고나 할까.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처럼 분주한 독서의 와중에 만난 형사물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담백했다. 치밀한 구성의 긴장감 넘치는 정교한 추리물보다 이런 올드스쿨 스타일의 설렁설렁 읽히는 형사물이 좋은 걸 보면 나도 이제 올드스쿨 인간이 된 모양이다. 피니스 아프리카에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에드 맥베인 시리즈가 나올지 궁금하다. 배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처럼 골라 읽는 재미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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