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Off The Record - 가장 뜨거웠던 네 남자의 비하인드 스토리
국윤성 지음 / 우리들의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나꼼수 팬이었다. 팟캐스트가 무언지도 모르던 시절, 스마트 폰도 없는 주제에 어렵사리 mp3 파일을 다운 받아가며 열심히 나꼼수를 들었다. 모든 일에 흥망성쇠가 있는 것처럼 나꼼수도 마찬가지였다. 나꼼수 성공 이래, 수많은 팟캐스트 방송이 범람하면서 나꼼수를 듣는 회수는 그들의 변칙적인 업로드 횟수만큼이나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방송은 아예 듣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아마 듣지 않게 될 것 같다.

 

나꼼수 방송의 한 축을 맡았던 국윤성이라는 녹음 엔지니어가 그들의 곁에서 기록한 <나는 꼼수다 오프 더 레코드>는 총선과 대선 패배가 다 지나간 뒤, 그리고 시대를 풍미한 나꼼수 열풍이 모두 사그라진 후에 우리 곁을 찾아왔다. 모름지기 출판은 타이밍이라 했거늘, 출판사의 타이밍은 사후약방문 격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꼼수라는 이름이 우리 곁에서 잊혀지기 전에 찾아왔으면 좋았으련만.

 

책의 어디에선가 말했듯이(에필로그에서였던가) 이 책은 나꼼수가 만들어낸 어떤 거대 담론에는 거의 미치지 못한다. 또 한편으로는 나꼼수 팬들이 원하는(그 상대편에 서 있는 이들은 아마 나꼼수를 외면할테니) 진정한 오프 더 레코드에도 근접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사실 오프 더 레코드는 말 그대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을 때 더 그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저 나꼼수 사총사의 철저한 주변인으로 기술적인 면을 담당했던 녹음 엔지니어의 한담 정도라고나 할까. 책의 곳곳에 기술된 연애 스토리와 데이트 이야기는 책의 본류와 무관하기에 더더욱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매일 같이 안방을 찾아오는 방송사의 드라마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래서였을까? 사실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닌데, 왜 그렇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꼼수 영욕의 순간을 함께 한 지은이의 기술은 그 나름대로 가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꼼수 파일들은 모두 우리의 목아돼 김용민 교수가 편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녹음 전문가의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녹음 파일을 구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지, 어떤 과정을 통해 나꼼수가 우리에게 전달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주류 언론이 외면하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지은이를 포함한 이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알게 됐다. 모든 일이 그렇듯, 몇 사람만의 노력으로 큰 그림이 그려지는 건 아닐테니까.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절에 대차게 쫄지마를 외치던 네 명의 선지자들은 이제 모두 흩어져 버렸다. 대신 그들의 후예들이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을 종횡무진 내달리고 있다. 강력한 주력군이 없는 가운데 바야흐로 팟캐스트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상황이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포스트 나꼼수로 우리의 속을 통쾌하게 해주던 사총사의 귀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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