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돔 1 밀리언셀러 클럽 111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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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영화 <미저리>를 봤다. 주인공 캐시 베이츠의 열연에 반했던 작품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들었다. 그 후에도 <쇼생크 탈출>로 다시 스티븐 킹과 만났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책으로 접한 건 이번 <언더 더 돔>이 처음이었다.

어느 작가보다도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을 사랑하는 스티븐 킹은 자신의 고향 메인 주의 어느 시골 마을을 대작 <언더 더 돔>(2009)의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한다. 인구 천여 명 남짓한 체스터스밀 마을 지도까지 제공해주는 출판사의 섬세한 배려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지도 뒤에는 많은 주인공에 대한 깔끔한 정리가 마음에 들었다. 하긴 워낙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정말 눈에 띄는 건 “눈여겨볼 견공들” 목록이다. 자, 이제 이 대작과 만날 준비가 되었으면 스티븐 킹 작품 중에서 <스탠드>(1990)와 <그것>(1986)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는 <언더 더 돔>에 도전해 보자.

소설의 힌트는 표지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체스터스밀 마을을 둘러싼 투명한 막, 그들이 부르는 돔으로 마을은 10월의 어느 날 갑자기 외부와 격리된다. 스티븐 킹은 외부와의 격리를 강조하기 위해, 간발의 차이로 마을을 탈출하는 데 실패한 주인공 데일 바버라(바비)와 불운하게도 투명 차단막이 내려오는 찰나에 그만 두 동강이 난 마못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돔이 생기자마자 연습비행을 하던 소형비행기가 돔에 부딪히고, 엄청난 속도로 마을 경계로 달려가던 트럭도 그야말로 ‘박살’이 난다.

“호러” 장르로 구분된 <언더 더 돔>은 대가의 역작답게 다양한 주인공이 엮어내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마을의 실제적인 지배자인 마을의장단의 부의장 빅 짐 레니의 아들 주니어 레니와 술집에서의 사소한 시비로 결국 싸움까지 다다른 요리사 바비는 조용하게 마을을 떠나려고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돔 때문에 마을에 갇히게 된다. 마을 의장인 앤디 샌더스와 사고로 죽은 경찰서장 하위 퍼킨스를 대신해서 서장직을 맡게 된 피터 랜돌프는 마을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경찰력 확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아들 주니어 레니와 그의 건달 패거리를 임시직 경관으로 임명한다. 소설이 진행될수록 빅 짐의 추악한 음모가 밝혀지는 가운데,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전통적 구조를 통해 위기 상황에 빠진 인간 군상의 실제 모습을 작가는 냉정하게 그려낸다.

돔이 언제 사라질 건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차단된 체스터스밀에서 연료(프로판가스)와 식량의 확보가 우선이라고 바비는 예언한다. 그의 예언은 나중에 푸드시티 폭동 사건으로 현실화된다. 빅 짐이 폭동을 선동하고, 무질서와 폭력을 제압하면서도 자신의 권력을 장악해 가는 과정은 나치 지도자 히틀러가 독일국회 의사당 방화사건을 계기로 권력을 쟁취하는 그것과 너무나 유사했다. 빅 짐이 채용한 얼치기 경관들은 1930년대 독일에서 폭력을 행사하던 나치 돌격대(SA)를 연상시킨다. 몇 세대 전 괴벨스의 선동정치를 베낀 것 같은 빅 짐의 행태에 대한 작가의 묘사가 놀라울 뿐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선량한 이미지의 가면을 쓰고, 살인도 불사하는 빅 짐과 주니어 레니 부자의 위선적인 모습은 갈수록 추악해지는 체스터스밀 마을의 이전투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마을의 공권력을 주도적으로 행사하면서, 연방대통령이 임명한 계엄 사령관 바비를 증오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게 살인누명까지도 씌워 사적인 복수의 제물로 삼으려고 한다. 아무리 비상상황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법절차도 무시한 채 “모두의 안녕을 위”한다는 말로 공공연한 공갈과 협박 그리고 폭력을 무고한 사람들에게 휘두르는 장면을 통해 스티븐 킹은 독자들의 분노 게이지를 끌어 올린다. 익히 알려진 대로 민주당 지지자인 작가의 양치기 소년 부시 정권에 대한 조소와 힐난이 소설 곳곳에서 눈에 띈다.

미국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작가의 애정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4대째 마을 신문사를 운영하는 줄리아 셤웨이는 보수적 공화당 지지자이면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바비 편에 서게 된다. 그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슬로건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가짜 보수주의자 빅 짐과 대척점에 선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합리적 보수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잦은 총기 사고 때문에 뜨거운 감자처럼 언급되는 수정헌법 2조의 “무기 휴대의 권리”가 의미하는 잘못된 정부 혹은 정권에 대한 저항은 마을의 무소불위한 독재자로 군림하기 시작한 빅 짐 레니에 대한 마을 주민의 자각과 그에 따른 반발로 형상화된다.

한편, 소설을 읽을수록 과연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돔”이 과연 어떻게 처리가 될지 궁금해진다. 바비는 조 매클러치, 노리 캘버트 그리고 베니 드레이크라는 마을 꼬마 삼총사에게 방사능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가이거 계수기를 들려서 돔의 정체를 파악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긴다. 마을 어른들이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약탈하느라 이전투구를 벌이는 동안, 정말 중요한 일은 아이들이 찾아 나선다는 설정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2권을 다 읽기 전까지 이 책이 3권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만약 세 번째 권도 한 500쪽을 너끈하게 넘긴다면 정말 한 1,500쪽 소설이라는 건가? 엄청난 분량에도 책 읽는 재미는 가히 최고였다. 어서 빨리 3권과 만나고 싶다.

[뱀다리]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과 지명의 교정에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헤스켈 선생과 해스켈 선생은 다른 사람이 아닐 테고, 메사추세츠와 매사추세츠는 다른 곳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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