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역사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팩션으로 역사상의 인물에 가공의 사건을 더한 장르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민음사에서 출간된 스페인 작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재밌고, 유머 넘치는 주인공에 역사적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 그의 아버지 요셉 그리고 마리아까지 등장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성경에 대해 기본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책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심지어 옮긴이가 각주에서 다루지 않은 것도 성경의 어디에선가 본 듯한 데자뷰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만큼 원저자인 멘도사가 성경에 대해 박식하다는 방증일까? 호기심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야기는 예수의 어린 시절을 파고든다. 사실 신약의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다루고 있지만, 성장기 대부분은 베일에 싸여 있지 않은가. 바로 그 점에 착안해서 멘도사는 우리의 주인공 폼포니오 플라토를 등장시킨다. 로마 시민 출신으로 자연학에 심취한 생리학자이며 철학자를 자처하는 폼포니오는 신비스러운 물을 찾아 곳곳을 누비지만 습관성 장염으로 지독한 냄새를 피우는 가스에 요란한 청각 효과까지 내뿜는다.

방랑자로 떠돌던 폼포니오는 팔레스타인의 나사렛이라는 작은 마을에까지 흘러들어오게 되고, 우연히 만난 꼬마 예수로부터 자신의 아버지 요셉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작은 마을에서 조용하게 살던 목수 요셉은 마을의 부유한 유대인 에풀론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십자가 처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자신에게 협조를 거부하는 요셉을 구해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 방귀쟁이 폼포니오! 그가 사건에 접근할수록 미스터리는 점점 꼬여만 가는데…….

예수 그리스도가 살던 기원후 1세기경의 모습은, 현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민관 아피우스 풀크루스는 군단병들을 쥐어짜내며, 개발이 예정된 택지를 빚을 내서라도 사들이려는 탐욕스러운 투기업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호민관이란 모름지기, 평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관리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모양새가 어째 영 탐탁지 않다. 게다가 무신론자가 분명한 주인공 폼포니오의 영혼불멸에 대한 개똥철학은 그야말로 멘도사 작가가 시전하는 언어유희의 극치다.

당시 세간에 퍼진 그리스인들에 대한 편견 역시 날 것 그대로 펄떡펄떡 뛰어다닌다. 로마인들이 즐겨 찾는 공중목욕탕에서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서슴지 않고 보여주려는 죽은 에풀론의 노예 필립포를 비롯해서, 그리스 유학파 출신으로 에풀론의 아들인 마태 역시 게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낸다.

폼포니오는 셜록 홈스 같은 명탐정은 아니다. 사건의 실마리를 위해 탐문을 하다 알게 된 직업여성 사라에게서 폼포니오는 근심도 덜고, 슬픔도 위로받는 그런 평범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녀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했을 때에는 진심으로 애도하기도 한다. 한편, 로마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팔레스타인 유대인의 염원을 메시아의 도래로 치환시키기도 한다. 바리새파 산헤드린 공회가 실질적인 지배를 하는 유대 사회의 숨겨진 비위에 대해서도 에두아르도 멘도사는 비판을 마다하지 않는다. 수많은 메시아를 참칭하는 이들이 등장했지만, 훗날 진짜 메시아가 등장했을 때 대제사장과 율법학자는 모두 그를 부정했지 않은가. 조금은 엉뚱한 결말이었지만, 사라진 진짜 범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에서 다시 등장하게 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멘도사의 놀라운 캐릭터 작법에 감탄했다!

조금은 엉뚱한 상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폼포니오라는 유쾌하면서도 박식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시리즈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공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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