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 싸부님 1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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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이외수 작가에 대한 기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왔다. 사실 작가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주로 텔레비전을 통해서 만날 수가 있었다. 얼마 전 <하악하악>이라는 책이 그렇게 대박이 났어도 난 끝까지 그 책을 안 읽고 버텼다. 여전히 베스트셀러에 대한 혐오라고 해야 할까. 아, 베스트셀러를 읽는 방법이 한 가지 생각났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전에 읽는 거다. 쩝, 내가 봐도 말이 안 되는구먼 그래.

어쨌든 난 이번에 책 표지에 우화상자라는 말이 찍혀 있는 <사부님 싸부님>을 통해 이외수 작가를 만나게 됐다.  이 책은 이미 지난 1983년에 나왔던 책인데 이번에 해냄 출판사에서 컬러링과 재편집을 통해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고 한다. 아쉽게도 26년 전에 나온 책을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가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외수 작가가 직접 책에 나오는 일러스트들을 그렸을까 하는 게 가장 궁금했다. 무형질에 까만 핵(?)으로 구성된 개구리알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공간적 배경은 강원도 두메산골의 어느 웅덩이라고 했던가. 마치 어느 조용한 시골 암자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득도한 선사와 선문답을 나누는 듯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이야기 속에 내가 있던가, 아니 내 속에 그 이야기가 들어와 있었나. 그게 무어가 중요한가 말이다.

<사부님 싸부님>의 주인공은 개구리알에서 부화한 하얀 올챙이다. 탄생과 소멸이라는 순환계에서 등장한 이 작은 녀석이 어느 날 도(道)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게 되면서 파란만장한 모험의 길에 나서게 된다. 우리가 도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고대 사유하는 이들로부터 시작된 예의 질문에 하얀 올챙이 역시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바다”라는 이상향은 거대한 도전이다. 도대체 바다는 무엇이고, 그 존재의 실체에 대해 하얀 올챙이는 사유하기 시작한다. 아 거창하다, 거창해!

바다를 향해 떠난 하얀 올챙이는 자신이 속해 살던 웅덩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저수지로 서식처를 옮긴다. 그 속에서 만나는 잉어, 붕어, 블루길, 가물치, 연어 등은 모두 그의 스승이다. 그의 끊임없는 사유와 회의는 마치 근대 철학의 시조라 불리는 데카르트를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자신에게 적대적인 가물치에게까지 하얀 올챙이는 구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처럼 아랫사람에게 묻고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계시처럼 다가온다. 하얀 올챙이도 하물며 이런 배움의 자세를 하고 있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은 어떠한지, 반성할 일이다.

사부님은 상대적으로 제자를 가지고 있어야 들을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하얀 올챙이는 저수지에서 자신을 따르는 까만 올챙이(거의 점에 가깝다!)와 운명적인 만나게 된다. 이외수 작가는 이 하얀 올챙이와 까만 올챙이의 우주의 진리와 구도를 위한 험난한 여정 그리고 전두환 철권통치가 자행되고 있던 억압의 시대 가운데, 삼라만상에 대한 조심스러운 패러디를 들려준다. 마치 우리네 인간사의 면면을 보는 듯한 현란하기 그지없는 비유와 때로는 통쾌한 블랙유머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과연 하얀 올챙이와 까만 올챙이의 바다를 향한 여정은 어떻게 될지 2부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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