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함정 -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지배하는가
자카리 쇼어 지음, 임옥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저자 자카리 쇼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다. 웹사이트의 대문에 바로 이 책 <생각의 함정>(Blunder)의 표지가 나와 있었다. 대학교수이자 세계 유수의 잡지들에 기고하는 자카리 쇼어는 <생각의 함정>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 접근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조명해 준다.

서론은 전기를 발명해서 인류에게 새로운 빛을 전파해준 토머스 에디슨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뛰어난 발명을 했지만, 정태적 집착에 빠져 있던 에디슨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교류 방식이 아닌 직류 방식을 고집함으로써 더 나은 방법을 거부하는 치명적인 실책(blunder)을 범하게 된다. 뒤이어 등장하게 되는 노출불안에 대한 2,000년 전의 고사(古事)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테네에 반란을 일으킨 미텔레네인들을 치리하는 방식을 두고 매파와 비둘기파가 대립하게 되는데, 나약한 대처방식이 반란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클레온의 주장과 반대로 강경책이 오히려 더 격렬한 저항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디오도투스의 의견에서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배우게 된다.

지난 세기 미국의 가장 큰 실패로 손꼽히는 베트남전에서의 실패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례는 적확하다. 우선 미국의 결정권자들은 베트남 지도자인 호치민에 대한 단편적인 판단을 근거로 해서 그가 외세로부터 자주독립을 원하는 민족주의자라는 부분보다, 냉전 시대의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으면서 유연한 태도를 버리고 무력대결을 선택하게 된다. 그전에 이미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아이젠하워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우방들의 지원 없이 국지전에 뛰어드는 우를 범하지 않았던 반면 그의 후임자들인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은 잘못된 판단으로 무력개입을 하고, 수많은 물자와 인명의 손실을 가져 오게 된다.

아울러 베트남 사람들에게 교량의 건설이나 근대식 병원 같은 현대화의 세례가 가장 유효할 것이라고 미국의 전쟁지도부는 판단했지만, 실제 베트남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토지분배, 공정한 세금의 부과 그리고 원활한 계층 간의 이동과 같은 사회정의였다. 베트남에서 식민경영을 하던 프랑스와 그의 뒤를 이어 개입하게 된 미국 같은 서구 열강들은 오로지 물질적인 접근방식을 고수하면서 궁극적인 패배를 자초했다.

저자 자카리 쇼어는 노출불안으로 시작된 다양한 인지함정(cognition trap)에는 환원적 관계에만 집중하는 원인혼란은 물론이고 어느 사건에 대한 평면적인 접근, 과거의 성공만을 바라보는 만병통치주의, 정보독점과 정보회피에 의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그리고 역사와 동서고금의 다양한 인물들의 실례를 통해 내재하여 있는 파괴적인 정신적 패턴을 구별해내고, 실책을 극복하는데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여러 가지 인지함정 중에서 현재 우리의 상황과 함께 재고해봐야 할 민영화 만병통치주의의 예를 하나 살펴보자.

다음은 경직된 원형적 사고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미국 내 교도소에서 민영화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설 교도소에 대한 이야기다. 정부와 기업의 목적이 분명히 다름에도,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예산과 경비 절감이라는 이유로 교도소의 사설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의 목적과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목적이 서로 상충하면서 민영화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폐해들의 속출하게 됐다. 교도소 경영을 맡은 기업들이 교도소에 적절한 인원을 배치하지 않고, 그들에게 필요한 물자들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서 문제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이 실패는 민영화 만병통치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편,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을지도 모를 1962년 10월의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의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의 대처는 이 책에서 자카리 쇼어가 말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핵심적 가치들을 대변해 주고 있다. 초강경 무력대응을 주장하는 매파들을 진정시키면서, 유연성을 가지고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하는 대신 건전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문제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 핵전쟁의 위기를 간발의 차이로 빗겨 나갈 수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서술 방식과 역사적 실례 등을 통해 우리가 흔히 범하게 되는 인지함정의 오류들에 대한 설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번역과 교정 과정에서 너무 많은 오류와 단어들의 통일성에 부족으로 책읽기가 참 곤욕스러웠다. 오죽했으면 목침 두께만 한 국어사전을 펴놓고 책을 읽었겠는가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 평점에서 별 하나를 부득이하게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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