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학, 현실에 말을 걸다 -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통섭
이면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다. 그건 뭐니 뭐니 해도 “경제”가 아닐까? 어느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너끈하게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고, 경제에 대해서 거의 문외한인 주변인들도 모두 펀드와 주식 열풍에 휩싸여 있다. 심지어 경제학이라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자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던 나도 이렇게 경제학 책을 읽게 되지 않았나 말이다.
동시에 경제학은 쉽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이면희 교수의 <경제학, 현실에 말을 걸다>는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한 방에 날려 버려주었다. 일단 그 어렵다는 경제학 공식일랑은 딱 두 번 등장시키고, 고래의 농업혁명 이래 현대 자본주의 근간이 되었던 산업혁명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연 정보혁명에 이르는 경제의 역사를 나 같은 경제학맹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조근조근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서두에서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경쟁과 사적 이익(사유재산제)에 대한 효율성에 대한 설명으로 오늘날의 경제학 현실에 접근하는 첩경을 짚어준다. 인간이 만들어낸 재화가 사고 팔리는 ‘시장’이야말로 인류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시장에는 ‘가격’이라는 무시무시한 통제력을 가진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다음으로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 리카도 그리고 맬서스 같은 고전 경제학자들이 등장해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라는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어떻게 보면 최근까지 하늘을 찌를 듯한 위세를 떨쳤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고래의 고전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현대 자본주의에 맞게 수정한 게 아닌가 하고 유추해 본다.
2장에서는 오늘날의 금융경제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실물경제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자본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해낸다는 월가의 금융 천재들이 만들어내는 파생금융상품들이 어떻게 창조되어 왔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위험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이면희 교수는 짧은 단락들을 통해 그 핵심을 찌르고 있다. 사실 장황한 서술보다, 실제 상황들을 통한 분석적 설명이 더 와 닿는 느낌을 받았다.
세 번째로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공황, 일본의 버블경제가 꺼진 후의 10년간에 걸친 장기불황 그리고 1997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을 강타한 외환위기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1929년 전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 이전까지는 공급이 수요를 스스로 창출한다는 고전학파 학자인 세이의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공급과잉으로 미국 산업계가 붕괴되면서 그 여파는 일파만파로 전 세계를 덮쳤다. 그 때 영국출신의 경제학자 케인즈가 주장하는 경제 주체 중의 하나인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실업난과 공황의 위기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물론 완전히 대공황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변수인 전쟁(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미국 경제는 완전 고용의 신화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오늘날의 세계 경제의 현황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경제학자가 어떤 경우에도 적용이 되는 경제 전망을 내놓을 수는 없다.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정보혁명으로 지구촌 개념이 현실화된 이 시점에서, 한 나라의 경제적 상황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같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지난 IMF위기를 겪으면서, 성장일변도 신화에서 탈피해서 수익우선구조로 체질개선을 이뤄냈다. 때마침 IT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원이 등장함으로써 단군 이래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돌파해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말의 경제 위기는 빚으로 연명해 가는 미국의 위태로운 상황과 더불어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동안 국가주도 형태의 경제발전을 해온 우리나라는 자유무역과 세계화라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시장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할 것이다. 건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실물경제에 초점을 맞춘 장기적 경제발전 플랜이 시급히 필요하다. 한 마디로 말해 패러다임의 극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울러, 고용불안과 그동안 성장과정에서 제기된 분배의 문제와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 해소를 위한 거시적인 지적 투쟁의 장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