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리뷰해주세요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라는 노래생각이 불쑥 들었다. 노래 <소원을 말해봐>는 작가 윤용인 씨가 이 책에 꿈이 뭐야? 라는 쓴 그것과 미묘한 동조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렇다, 이 책은 바로 사십대의 중년 남성이 쓰는 동종 수컷들에 대한 딴지일보식 리포트다.

물론 거창하게 프로이트나 융의 정신분석학적 접근도 있지만 보통 남성들이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 체험한 이야기들, 혹은 술자리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윤용인 작가의 거침없이 뱉어내는 ‘솔직담백’이야말로 바로 이 책의 최고 강점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심리학”이라는 말 때문에 조금은 주눅이 든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심리학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점과 함께 고리타분하거나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난무하는 그런 심리학 서적이 아닌가 하는 편견이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제트기처럼 휙하고 지나갔다. 모두들 작가의 말대로 그런 염려걱정일랑 붙들어 매시라. 책에서도 나오지만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가 쓸모가 없다고 했던가. 그 나머지 4% 마저도 우리의 통제권 안에 들어있다고 하니, 부담일랑은 다 털어 버리고 두 팔 두 다리 쭈욱 뻗고 부담 없이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즐겨 보도록 하자.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선 1부에서는 남성 일반에 대한 이야기라면, 2부에서는 남편이나 혹은 아버지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작가는 질투나 혹은 수다, 감성 부분에 있어서 남자들의 그것이 여자들 못지않다고 주장한다. 보통 여자들이 귀가 얇다고 하지만, 남자도 인간인 이상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게다가 그것이 남자들의 가장 취약지구라고 할 수 있는 자존심 버튼을 건드린다면 더더욱! 그래서 남자들은 절대 길을 잃어도 길을 묻지 않고, 도로에서 뒤에 오는 차에게 추월이라도 당할라치면 모두들 카레이서로 ‘트랜스포밍’한다고 했던가. 정말 핵심을 꼭꼭 찝어낸다.

오늘날 작아져만 가는 부상(father figure)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 전 회사 술자리에서 사장님의 고백과 어찌나 그리도 일치하던지 정말 깜짝 놀랐다. 작가가 우리의 술자리 옆에서 감청을 했나 싶을 정도였다. 당신은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위한 밖에서 열심히 돈을 버는 존재이고, 집에서 자신의 공간은 자식들이 커갈수록 점점 줄어든다는 고백이 책에 그대로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랄 노자였다. 책에서 읽을 것을 바로 현실세계에서 바로 확인하는 체험이야말로 우리 독서쟁이들의 꿈이 아니던가.

어려서부터 가부장적인 시스템 아래서 자라온 남자들은, 모름지기 강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마초식 주입교육을 받고 자라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라서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 남자들 역시 인간이 아니던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아이들에게 고함을 치고 싶고, 마누라들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을 때도 있다. 불완전한 존재들은 남자들을 위해, 무조건 화를 내며 맞설게 아니라 때로는 보듬어 주기도 하고 같이 역정을 들어주길 작가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살포시 코치해주고 있었다.

부부생활에 있어서 “18세기”와 “20세기” 유머는 가히 눈물을 찔끔 자아내게 만들었고, 또 어느 장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남정네들만이 유일무이하게 가지고 있는 오빠 판타지 역시 남성 심리학의 대표적인 케이스라 아니할 수가 없다. 특히 쩍벌남의 다리를 조용히 오무려준 경험담은 작가가 기고하던 어느 언론매체에서 이미 읽어봐서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그 때도 속으로 낄낄대며 읽었었는데, 그 통쾌한 감정은 여전히 유효했다.

그렇다고 해서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가 이런 가벼운 유머들만으로 채워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부모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려준 조강지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야말로 험난하기 그지없는 결혼생활의 거센 파고를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었다고 고백했던가. 미처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유경험자의 진술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가 있었다.

신구의 갈등의 표본을 보여준 <꼰대 정신>에서는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인지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ce disorder)라는 조금은 어려운 이론까지 동원을 해서, 명백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합리화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우리네 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기도 한다.

자, 이제 조금은 장황했던 북글의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와이프도, 아이들도 아닌 내 자아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렇다, 무엇보다 자신이 즐거워야 그 즐거움을 타인에게도 나눠주거나 전파할 수가 있는게 아닌가. 불완전한 존재인 남자들이여, 그대들부터 즐거워지길!   

*** 내가 찾은 오탈자

1. 혐의을 -> 혐의를 (144쪽)
2. 적자 -> 嫡子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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