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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 핫 캘리포니아 - 미드보다 짜릿하고,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스펙터클한 미국놀이
김태희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무한도전 작가 출신의 김태희 씨가(아, 어쩔 수 없이 탤런트 김태희를 떠올리게 되는구나!) 근 10개월간의 미국 캘리포니아 생활을 담은 <쏘 핫 캘리포니아>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공공성과 대중성 그리고 왜, 누가 책을 쓰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냉정하게 이 책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이십대의 마지막을 그냥 보낼 수 없다고 주먹 불끈 쥐고 도미해서 좌충우돌하며 보낸 어느 처자의 질풍과 노도 같은 유람기라고 할 수가 있겠다. 이건 마치 타인의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글쓴이의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책에서 본 것과 똑같은 사진들을 볼 수가 있었다.
역시 어느 곳을 소개하는 책에서 비주얼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작가 출신이니 얼마나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가겠는가. 책의 재미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김태희 씨는 솔직하다. 그녀는 왜 미국에 갔을까? 그것도 50개나 되는 제 각각 다른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주들 중에서 캘리포니아일까? 그건 바로 캘리포니아만큼 놀기 좋고, 오픈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넘쳐 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UCLA 부속 어학원에서 짧은 영어 배우기를 마친 후에, 열심히 놀러 다닌다. 우선 기동성을 위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구입한다. 그것도 자기가 캘리 체류기간 동안 쓰려고 준비해간 돈의 2/3나 되는 돈을 사용해서. 그 다음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제이가 하는 파티에 가기 위해 6~7시간 운전을 마다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로 달려간다. 사실 난 그들이 하는 파티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진 몰라도, 그렇게까지 하면서 놀고 싶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우스 파티며 할로윈 페스티벌 등 미국 하위문화를 관통하는 ‘해프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열의를 보여 주기도 한다. 태양이 작렬하는 캘리 바닷가에서 태닝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된 친구들과 즐겁게 보낸 시간들이 주르르 나열된다. 크리스마스 즈음해서는 친구들을 엮어서 라스베거스로 로드트립을 떠나기도 한다. 겁나 싸게 하는 쇼핑 또한 빠질 수가 없는 아이템이다. 그렇게 저렇게 책을 읽으면서, 왜 내가 이 책을 이렇게 읽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냥 재밌으니까.
색다른 체험이 대해 재밌게 보면서 마음 한 편으로는 주제 의식의 결여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방인으로 미국 사회의 특정한 단면을 보는 시선 그것도 부촌이라는 웨스트우드에 살면서 미니 쿠퍼를 타고 다니는 여피 스타일이 미국의 전부일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보통의 미국 사람들은 고유가로 인해 즐겨 마시던 스타벅스 커피마저 던킨으로 바꾼다고 하던데, 이방인에게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뭐 글쓴이가 놀러 갔으니, 최선을 다해서 노는데 집중했다라고 말하면 또 할 말 없지만 말이다.
지난해 초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의 중산층이 붕괴하고, 그 어느 때보다 홈리스들이 급증을 하고 멀쩡한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들이 넘쳐흐르는 미국의 현실보다 그녀가 그려내는 디즈니의 판타지 같은 미국의 모습이 전부라고 이 책을 보는 이들이 생각을 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때, 분명 미국에 있었을 텐데 이런 커다란 정치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다. 하우스파티 하시느라 시간이 없으셨나 보다.
아, 그리고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다. 작년 3월 달에 캘리에 가면서 6개월짜리 관광 비자를 받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12월달까지 체류할 수가 있었을까. 김태희 씨의 신변잡기성 글을 보면서, 나도 한 일년 정도 놀러 다른 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