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 - 예니체리 부대의 음모
제이슨 굿윈 지음, 한은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보통 시리즈의 경우에는 차례대로 읽어 나가는 게 순서인데 제이슨 굿윈의 <스네이크 스톤>을 읽고 나서, 전작인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을 읽게 됐다. 여전히 공간적 배경은 천년고도이자 동서양의 접점인 이스탄불, 그리고 시대적 배경은 1836년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비잔틴 사를 전공한 제이슨 굿윈은 환관 출신으로 그리스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환관 탐정 야심 토갈루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부제로 나온 <예니체리 부대의 음모>가 말해 주듯이,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화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예니체리 부대의 관한 역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술탄 무라드가 정복한 유럽 각지의 기독교도 가정에서 차출한 소년들을 징집해서 무슬림화 시킨 후, 술탄의 정예병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예니체리 부대는 유럽정복과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 함락에 큰 공헌을 한다. 하지만 소설에서 언급되듯이 하나의 권력으로 민중을 착취하는 군대 마피아가 된 그들은 심지어 술탄마저도 교살하며, 오스만 제국의 정정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결국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의 당대 술탄으로 등장하는 마흐무트 2세가 1826년 6월 16일 신식군대인 신위병들을 동원해서 예니체리 부대를 물리적으로 해체하면서 예니체리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당시 주동자들만 처벌되고,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 예니체리 부대원들은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네 명의 신위병들이 차례로 끔찍하게 살해되고 새로운 신위병 사령관인 세라스케르가 야심에게 10일 안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문을 한다(<스네이크 스톤>에서도 기간이 아마 10일이었지 싶다!). 동시에 술탄의 후궁인 하렘에서도 괴즈데(술탄의 시중을 들 소녀)가 교살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환관으로 남성을 잃은 야심은 40년 전에 조국을 잃은 폴란드 대사 스타니슬라브 팔레브스키와 더불어 문제를 풀어 나가기 시작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야심의 집을 방문해서 요리를 함께 즐기는 스타니슬라브는 야심에게 보드카 배달부이다. 이스탄불에서 야심을 돕는 이로는 스타니슬라브외에도 쾨첵 무용수 출신의 프린과 무라드 에슬렉이 있다. 야심이 예니체리들의 비밀에 다가갈수록 그는 점점 더 위험에 다가간다.

그의 움직임을 파악한 적들은 무두질 공장에서, 그가 즐기는 터키탕 하맘에서 그리고 결국에는 벙어리 자객을 파견해서 그를 없애려고 한다. 책의 어디에선가 작가가 표현했듯이, 쫓고 쫓기는 자의 추격이 미로와 같은 이스탄불의 골목골목에서 상세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잘난 투르크인 야심은 러시아 대사의 미모의 부인 예브게니아와 ‘뻔뻔한’ 스캔들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 추리 소설이 담고 있을 법한 요소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 마치 19세기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해서 펼쳐지는 제임스 본드의 종횡무진한 활약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예니체리 부대의 해체와 오스만 술탄의 개혁 정책 같은 역사적 사실들은 보너스로 다가온다.

야심이 사건들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슬쩍 등장하게 되는 카라고지로 대변되는 이슬람 신비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통에서 분리된 신비주의와 예니체리 부대와의 상관관계 역시 매력적인 이야기거리였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네 번째 실종 신위병 장교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된 케르코포르타(작은 문)로 인한 비잔틴 제국의 보석 콘스탄티노플 함락 전설 역시 소설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연쇄살인 사건의 해결을 전제로 한 미스터리 물을 표방하는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의 주인공인 야심의 캐릭터는 환관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오스만 제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호기심을 가질 술탄의 후궁인 하렘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남자 캐릭터는 오직 환관만이 가능할 것이다. 술탄의 모후인 발리데와도 교류를 하며, 그녀에게 프랑스 파리에서 막 출간된 <위험한 관계>나 <고리오 영감> 같은 신간 서적을 빌려 보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참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야심 시리즈를 오래 전부터 기획해 왔는지 2탄 <스네이크 스톤>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스네이크 스톤”에 대한 언급을 이미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에서 언급하고 있었다. 아마 <스네이크 스톤>을 먼저 읽지 않았더라면 그냥 쉽게 스쳐갈 부분이었는데 후속편을 먼저 읽고 나서 전편을 읽게 돼서 그런지 더 반가웠다. 매혹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펼쳐질 야심 토갈루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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