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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트레커 -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피 순례자
딘 사이컨 지음, 최성애 옮김 / 황소걸음 / 2009년 2월
평점 :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카페인 탓일까? 가끔 커피를 마시긴 하지만, 아직도 커피 맛을 모르는 것 같다. 세계에서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다는 커피를 다룬 책이라는 점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공정무역(혹은 대안무역:fair trade)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게 됐다.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자바트레커>를 쓴 딘 사이컨은 어느 날 판에 박힌 듯한 변호사 업무에서 벗어나 커피를 볶고, 커피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더 궁극적으로 커피를 직접 재배하는 이들에게까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게 해서 <자바트레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딘 사이컨은 커피 재배 농부들을 만나기 위해, 장거리 여행과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는 커피의 진실에는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재배한 커피를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해 거의 갈취 수준으로 약탈당하고 있는 커피 농부들의 눈물 어린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커피를 통해 얻는 대부분의 수익들은 커피 경작자들이 아닌 중간상인들(이 책에서는 코요테라 부른다)과 부패한 관료들 그리고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 흩뿌려진다.
게다가 이런 영세한 커피 농부들의 마을에는 학교도, 건강을 지켜줄 제대로 된 보건소도 없다. 아니 무엇보다 커피 재배를 위한 깨끗한 용수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저자는 공정무역 뿐만 아니라 박애주의에 입각해서 어려운 이들에게 자선사업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당하게 커피를 재배해서 세계 경제에 편입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고민한다.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들은 오로지 생산단가를 낮춰서 소비자들로부터 최대한의 수익을 내려고 하지만, 그에 따른 고통들은 커피 농부들에게 가중될 뿐이다. 열심히 커피나무를 재배하면서도 그들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채무만 쌓여간다. 이제 커피가 우리 생활에서 거의 필수기호품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바로 이 시점에서 딘 사이컨이 제시하는 것이 바로 공정무역인 것이다. 지구상에서는 수많은 커피 로스팅 회사들이 있지만, 그들은 다만 제품 다시 말해서 커피를 사들일 뿐이다. 딘 사이컨의 딘스 빈즈(Dean's Beans)와 코퍼레이티브 커피스(Cooperative Coffees)에 참여하는 파트너들은 질 좋은 커피뿐만 아니라 그 커피를 생산해내는 이들의 생활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은 세계각처에서 커피 농부들의 위생환경개선, 섭생의 문제, 빈곤퇴치, 보건의료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자바트레커>는 오늘날 우리가 즐기고 있는 커피문화에 대해 시사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접근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앙아메리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1993년 저자가 과테말라 군부독재가 종식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선거에 국제감시단원으로 활동한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다. 멕시코를 가로 지르는 “죽음의 열차”에 얽힌 비극적인 이야기들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딘 사이컨이 페루의 팡고아 마을 사람들을 도운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혁명 이후 그들의 삶에 대한 스케치 또한 인상적이었다. 대학도시 레온에서 콘트라 반군과의 내전으로 장애를 입은 이들을 위해 만든 카페 벤 린더(Cafe Ben Linder)의 설립 과정 또한 일시적인 지원이 아닌 지속적인 자활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 책이 그렇게 심각한 주제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딘 사이컨은 사회적인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체험한 일들을 유머스럽게 다루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인 파푸아 뉴기니를 방문했을 때, 기껏 배운 현지어로 치명적인 실수(?) 에피소드는 너무나 재밌었다.
<자바트레커>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공정무역의 상황이 어떤가 알아보게 되었다.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경제의 폐해가 들어나게 되면서 많은 이들이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류산업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전국에 산재한 생협들을 중심으로 유기농 제품과 공정무역 라벨을 단 제품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얼마 전, 찾았던 <아름다운 가게>에서 공정무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공정무역 제품의 커피를 파는 것이 생각났다. 주체적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착한 소비’로 세계 경제에 이바지하고,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일깨워준 <자바트레커> 독서였다.
*** 책을 읽으면서 참조하면 좋은 사이트
1. 딘스 빈스 (http://www.deansbeans.com)
2. 코퍼레이티브 커피스 (http://www.coopcoffe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