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종들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3
한 둥 지음, 김택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책 속으로 빨려 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전에 같은 출판사인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시리즈로 발간되고 있는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의 첫 번째 책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샀다. 물론 이 책부터 보게 되는 바람에 서두 부분만 읽다가 중단한 상태지만 말이다.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시리즈들을 찾으면서, 시중의 유명한 대형서점에 중국 문학책들을 다룬 코너가 일본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사회주의 국가(실제로는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인) 출신의 책들이, 문화시장 개방 이래 그야말로 전 방위 공세에 나선 일본 문학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반증일까? 한둥 선생의 <독종들> 책을 펼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 <독종들>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부모님을 따라, 문화혁명 기의 전 중국에서 벌어진 지식인 간부 계층의 하방(下放)정책을 따라 궁수이 현으로 오게 된 주인공인 나, 장짜오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과 인간관계들이 종횡무진하게 펼쳐진다. 시대적 배경은 중국 인민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마오쩌둥 주석 말기로, 처절한 가난과 정치적 유배형을 받아 오로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 군상들에 대한 묘사가 절절하게 그려지고 있다.

아마도 지은이 한둥 선생의 개인적 경험이 주가 된 자전적 소설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데, 소년 시절의 주인공의 눈을 통해 친구간의 우정, 그 또래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교우관계, 그리고 이런 성장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악당 역할의 웨이둥, 주인공 장짜오와 절친한 친구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의리만점의 매력남 주훙쥔과 소설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게 되는 딩샤오하이 캐릭터가 빚어내는 애증의 40년 세월에 대한 구수한 서술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제국주의 일본과 맞서 싸운 해방전쟁과 대륙의 패권을 두고 국민당과 다툰 국공내전에까지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 근대사를 망라하는 서사극을 통해, 그런 숱한 전란과 공산혁명 가운데 숙청된 지주 자본가 계급의 삶에 대한 치열한 사투(딩샤오하이 가족),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 계급으로 당대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고자 하지만 마오쩌둥의 획책한 홍위병들에 의한 친위쿠데타로 졸지에 공공의 적으로 몰려 궁벽한 시골로 하방되어 절치부심의 시절을 보내는 장메이성 가족(주인공 장짜오의 아버지)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어린 아이인 장짜오의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들은, 그네들의 삶이 농축되어 있는 학교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궁수의 현에서 한가락 하는 권력을 자랑하는 웨이 서기의 힘을 믿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웨이둥의 모습은 마오쩌둥의 총애를 받아 마오 주석의 말년에 국정을 농단한 장칭을 필두로 한 사인방(四人幇)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장성하면서 겪게 되는, 덩샤오핑 사대에 자본주의 도입에 따른 급속한 경제발전에 편승한 벼락부자들의 등장과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는 소설의 후반으로 갈수록, 화가로서 풍진세계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한 예술가의 자존심을 지키는 주인공 장짜오의 경제적 궁핍과 대조를 이루면서 우리네 인생사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굴곡들을 여과 없이 보여 주고 있다. 물론, 계속되서 반복되는 인생역전의 모습은 책을 읽는 이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준다.

한둥 선생은 개인의 성장 가운데 이루어지는 인생의 부침을 그리면서도, 당시에 중국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독자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인민을 위한 국가라는 중국의 정체성은, 오로지 “공산당”이라는 특정계급을 위한 것이라는 변질된 이데올로기 앞에 무력해진다. 어떤 사회 시스템이던 간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부조리들을 지은이 한둥 선생은 궁수이라는 중국의 어느 한 시골 마을 속에 사는 소년 캐릭터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 제 3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계속해서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라는 웅진지식하우스의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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