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1
츠츠미 미카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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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나라일수록 이번에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타격을 많이 받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 말은 다시 말해, 미국식 자본주의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일수록 이번 경제위기에서 취약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십년 전, IMF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과정에서 타의에 의해 통째로 경제구조 자체를 미국식으로 뜯어 고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바로 여기에서 츠츠미 미카가 쓴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의 화두는 시작된다. 구소련이 몰락한 이래, 전 세계에서 유일한 강대국으로 발돋움했던 아메리카가 빈곤대국이라니?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 그녀의 글을 통해 펼쳐진다. 일단 이번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는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가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금융대출을 통한 이익의 창출해낼 방법이 없어지자, 투기 금융자본들은 파생금융상품이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약자들을 상대로 한 가계대출에 나서기 시작한다.

대개의 경우에 있어서 하류층이나 불법이민자들이 그들의 얄팍한 상술에 걸려들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은 물론이고 한 때 천정 높을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게 되면서 대출 상환을 못하게 되면서 파산지경에 이르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철저한 신자유주의 이론과 후진 서비스라면 모두 민영화시키자는 말도 안 되는 구호로 국민들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의료와 문제마저 모두 경제 논리에 의해 희생당하게 되었다. 이제 무엇을 먹고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이들 빈곤층의 직면한 문제가 되었다.

그 결과 3억 미국 인구 중의 1/6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분류가 되어 푸드 스탬프로 연명을 하게 되고, 싸구려 저질 음식을 먹게 된 청소년들은 비만과 갖은 질병으로 시달리게 된다. 미국 중산층의 막대한 개인 의료보험에 의한 지출로 인한 파산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이미 마이클 무어가 영화 <식코>에서 보여준 것처럼 의료보험 민영화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기본권마저 앗아가 버렸다. 게다가 날로 벌어지는 빈부간의 격차로 인한 교육의 불평등과 천문학적인 교육비의 증가는 빈곤층에서 신분상승의 유일한 길로 여겨지는 대학 교육의 기회마저 어린 청년들에게서 빼앗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유혹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군대다. 도대체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이라크 전쟁에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해결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라크에 엄청난 수의 군대를 파견해야 하는 미국 정부는 부족한 병력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혹은 졸업을 앞둔 청소년들, 심지어는 살인적인 학비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에까지 입대를 권유하고 있다.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방법으로 예전에 번영과 영광을 구가하던 미국의 중산층이 하루가 다르게 처참하게 몰락해 가고 있는 과정을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에서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조차 본인들은 모르고 살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역설이다. 그 이유는 바로 미디어를 장악한 대자본의 지배를 받는 대기업과 더 이상 자국민의 건강과 교육을 책임지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지은이는 그나마 신자유주의 정책이 그 절정으로 향하던 레이건 정부 때보다, 닉슨 행정부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건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미국의 공공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이미 닉슨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이 되었다는 사실은 <식코>를 한 번 보고 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르포라는 사실을 알리는 본연의 임무에서 보면 이 책은 탁월한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런 제 문제점들을 기반으로 해서, 보다 건설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논의와 문제제기를 보여 주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배어났다. 물론 책 말미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다루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빈약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진행될 21세기에 더 이상 경제대국이 아닌 빈곤대국으로 불릴 미국의 모습이, 100여 년 전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가 몰락해 버린 영국의 그것과 오버랩되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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