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먹으러 가자! - 간사이(오사카, 고베, 교토)편
까날 지음 / 니들북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그동안 많은 나라들은 아니지만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유명하다는 곳들을 거의 다 가봤고, 많은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볼 것 할 것들은 다 해봤다는 거다. 그런데 나는 많은 이들이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그 나라 혹은 그 지방 특유의 음식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싸돌아다니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뭔 놈의 음식, 그냥 대충 때우고 말지’식의 여행이었다는 사실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한다.

그런데 <일본의 먹으러 가자>의 저자 “까날”(필명이 특이하기도 하다)은 그런 나의 경험에 의거한 고루한 여행관을 이 책을 통해 산산이 부수어 주고 있다. 작가는 순전히 먹으러 여행지를 찾은 것 같이 철저하게 특히 일본의 간사이 지방의 대표적인 도시들이라고 할 수 있는 오사카-고베-교토를 누비면서 별난 맛집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적어도 음식문화에 있어서는 일본 최고라는 자긍심을 자랑하는 간사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음식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무래도 첫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책의 지은이 까날은 바로 일본 음식을 대표하는 스시로 시작한다. 오사카의 “스시 긴”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사실 스시는 도쿄에서 시작된 요리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일 수 도 있지만, 예전에 같이 살던 룸메이트 형이 스시맨이어서 그랬는지 일본어로 생선 이름을 많이 들어서 익숙한 말들이 많았다. 특히 이 책을 통해 니기리가 쥠 스시를 뜻한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배웠다. 역시 선도를 위해 최고의 재료들을 사용하고, 맛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소위 말하는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그 외에도 서양요리들이지만 일본에 들어와서 일본의 전통과 만나 일본화된 음식들은 물론이고, 일본 차 문화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내가 좋아하는 화과자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다. 게다가 음식들을 소개할 적에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한 페이지짜리 사진들은 식전에 보게 되면 바로 배시계에 경종을 울릴 것만 같다.

오사카에서 소개된 음식 중에서는 역시 오코노미야키와 타코야키가 인상적이었다. 지난 가을 찾았던 인사동에서 무턱대고 입에 넣었다가 제대로 입천장이 모두 데게 고생했던 타코야키의 문어맛이 문뜩 떠오르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서부 일본 최초의 개항장이었다는 고베가 등장한다. 고베는 역시 외래 문화의 유입이 많았던 탓인지 서양음식과 결합된 퓨전 스타일의 음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진칸과 모토마치에 주로 포진해 있다는 레스토랑들의 소개를 보면서 도대체 난 고베에 가서 뭘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하도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도 않지만 말이다. 자매 식당이라는 루세트와 레시피 편에서 일품 농어 요리에서 소개된 그 바삭바삭한 농어 껍질과 긴 유리잔에 담겨 나온 티라미슈를 보면서 다음번에 고베에 가게 되면 반드시 한 번 찾으리라는 결심을 다졌다.

확실히 서양식 디저트와는 달리 부드러우면서 달착지근한 맛의 일본식 디저트가 더 끌리는 것 같았다. 저자의 모토마치 디저트 투어와 천년왕도 교토에 등장하는 마르브란슈 몽블랑, 마치 주술처럼 그 이름을 외운 비타메르의 케이크들의 위용이 내뿜는 포스들은 정말 대단했다. 게다가 저자의 맛깔나는 글쓰기도 독자들의 미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얻게 된 최고의 수확을 꼽자면, 앞으로 여행을 하게 되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한두 번쯤은 반드시 그 곳의 최고 맛집에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식에 있어서도 전통과의 단절이 아닌 전통과 현대의 조화와 창의적인 재해석으로 멋진 음식들을 만들어내며, 무엇을 하든지 간에 최선을 다해서 만들겠다는 일본 셰프들의 멋진 장인의식에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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