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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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이라는 KAIST(우리나라에서 이 단어가 뜻하는 위력을 잘 알 것이다)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젊은 과학도들과 치열한 토론과 계속되는 퇴고라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빚어낸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할 <있다면? 없다면!>이란다. 이 책은 모두 17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쩌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과학자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풀어 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왜 우리는 그렇게 과학이라는 말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무지한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을 돌아봐도 인문학도 출신이어서 그런 진 몰라도, 압도적으로 과학계열의 서적들보다 인문학 계열의 책들만을 꾸역꾸역 읽어 대고 있다. 그건 아마도 내가 과학 분야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기피하는 건 아닐는지.

만약에 독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와 함께 <있다면? 없다면!> 여행에 동참할지어다. 이 책은 다양한 생각들로 넘쳐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시선을 기르는 입문서에 비유할 수가 있겠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주스비로 시작하는데, 고등학교 시절 무더운 수업시간에 나도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었다. 당시 인기 음료수였던 ‘하이씨’(Hi-C) 비가 내리면 더 바랄게 없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지은이들은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서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맹물비가 내리는 것이 인류를 위해서 좋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산성 성분의 주스비가 내린 후에 창궐할 세균과 곰팡이들은 어쩔 거냔 말이다.

17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황당한 에피소드는 바로 ‘불개’였다. 책표지에 나와 있는 선글래스를 쓴 채, 불을 내뿜는 불개를 보라, 우리네 애완견이 불을 뿜는다니! 아예 실현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들은 어쩌란 말이냐. 하지만 바로 여기에 이 책의 지은이들이 하고 싶은 말들이 숨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 중에 상당수는 실현가능하다, 하지만 그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 예를 들면, 타산성이 맞지 않는다든가 사회적 비용의 증가 - 많은 아이디어들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공군에서 군용으로 쓰기 위해 계약직전까지 갔었다는 배낭로켓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에피소드는 바로 전선(電線)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전기 에너지 없이는 1초도 살 수가 없을 정도로 우리의 전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전달하는 전선이 없다면? 사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상당수의 전기 에너지들이 전선을 통해 각 가정으로 배달되면서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 대안은 바로 건전지이다. 다만 이 건전지는 지속적으로 충전을 해야 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전기도 전파처럼 송수신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하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상상의 나래 속으로 빠져 드나 보다.

이 <있다면? 없다면!>을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만들어 주는 결정적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정훈이의 삽화다.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남기남/씨네박 스타일의 주인공이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곳곳에 등장해서 해학적 설명을 해준다.

이 여름, 황당하면서도 유익한 과학 세계 탐험을 떠나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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