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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라이프 6 ㅣ 어쿠스틱 라이프 6
난다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예전에 가져다 읽다가 말았다. 왜 마저 읽지 않았을까? 이유는 모르겠다. 뭐 그럴 때도 있는 법이지. 오늘은 아예 작정하고 있으니 금방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아 지금 막 도서관에 상호대차를 신청한 굽시니스트 양반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마지막 편이 도착했다고 한다. 어서 그것부터 픽업해야 하는데 말이지.
이 책은 무려 13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 때는 가요대전에 소녀시대가 나와서 <더 보이즈>를 부르던 시절이었나 보다. 아마 제식칼이도 한 팀에 있었겠지. 몇 권까지 나왔나 싶어서 찾아보니 <어쿠스틱라이프>는 모두 14권까지 나온 모양이다. 대단하구나 그래.
질풍노도의 삼십대를 건너고 있던 화자 난다 작가와 그녀의 동갑내기 신랑 한군이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무슨 대단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냥 우리네처럼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나가는 이들이다. 그래서 좀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런 내적 친밀감은 혹시 나만 느끼는 건가 싶기도 하다.
역시 노동자 신분이라 그런지 <일의 기쁨과 슬픔>이 가장 마음에 와 닿더라. 누구나 다 일은 하기 싫다. 하지만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우리는 노동시장에 참여해서 나의 노동을 팔고, 그 댓가로 돈을 받아서 먹을 것도 사고 주거 문제도 해결하고 또 약간의 유흥도 즐기는 그런 생활을 한다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노동하는 이유는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말이지.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그에 부수적으로 따라 붙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 근심으로부터 정녕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 걸까. 뭐 그렇다고.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는 난다 작가의 모습이 왜 그렇게 애처로워 보이는지. 참 어그 부츠 값도 내야 한다고 했던가. 한겨울에 쓰레빠를 직직 끌고 다닐 수는 없다고 신랑 한군에게 사자후를 토하는 작가의 모습이 너무 리얼리스틱하게 다가오더라. 뭐 그렇게 사는 거지 다들.
그냥 나는 난다 작가가 그렇게 일상에서 픽업하는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더라. 거창하게 무슨 조국과 민족을 위한 거대한 담론보다는 이런 사소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서사 말이지. 캐롤 추천에 등장한 마이클 부블레가 정말 느끼하다는 거에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너끼남 마이클 부블레가 한껏 힘주어 느끼하게 부른 지금은 고인이 된 조지 마이클의 <Kissing a Fool> 커버를 아주 좋아한다네. "You are far~"로 시작하는 그 노래는 정말 크하.
아무래도 동갑내기 부부다 보니 서로에게 날리는 독기어린 로맨스도 재미지다구. 난다 작가의 시어머니가 단 하나 며느리에게 부탁한 것이 남편 한군에게 채소를 먹이라는 지상명령이었다고 했던가. 짬뽕에 들어간 죽순을 오징어라고 속이고 먹이려는 난다 작가의 사투나 해물 밑장에 채소를 깔았지만, 교묘하게 해물만 샤삭 골라 먹는 한군의 아웅다웅 독기어린 로맨스라니 이 어찌 재밌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어지러운 집안 청소를 위해 S.O.S.를 쳐서 등장한 청소요정님의 에피는 또 어떤가. 과연 청소요정님은 프로다웠다. 난다 작가가 일주일 걸릴 일을 단 4시간에 아주 효율적으로 처리해 주시는 신공을 보여주셨단 말이지. 나는 겁시 나서 도저히 뚜겅을 열 생각도 하지 못하는 2주된 된장찌개를 거침없이 오픈하는 박력에 그만... 하지만 그 위대하신 청소요정님도 그건 버거웠던 모양이지.
청소요정님은 냉장고에서 하루가 다르게 미라가 되어 가는 채소들도 과감하게 내 대신해서 정리해 주신다. 게다가 내가 돈 주고 산 것들이라 버리려면 반드시 동반하게 되는 죄책감으로부터도 거뜬하게 해방시켜 주셨다네. 이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물론 한군은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을 비용을 주고 대리하게 만드는 사치라고 비난하지만, 앞으로 집안일을 분담하자는 난다 씨의 제안에 결국 자신의 용돈을 허물어 청소요정님을 다시 부르게 되었다나 어쨌다나. 아 참, 음식물 쓰레기의 냄새 방지를 위해 비닐봉지에 잘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방식은, 회사에서 동료 여직원분이 하는 걸 보고 좀 충격을 먹었었는데 그런 방식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난 오늘 아침에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네.
이직이 잦은 한군의 오피스 허즈번드에게 경계심을 품는 장면도 재밌었다. 이미 한군은 게임회사 개발자인 것 같은데, 기여워 같은 타이틀을 대신 셔틀해서 사다 주고 발컨이나 트롤링 같은 그 쪽 분야 용어를 설명해주는 장면도 재밌었다. 엔딩의 뷰티 부분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패스.
엔딩에 보니 연재하던 중에 아기도 생겼다고 하는데, 혹시 다른 편에는 육아 로맨스도 추가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재밌고 즐겁게 봤다.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