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빵빠라빵 여행
야마모토 아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나도 빵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빵을 먹게 됐다. 오늘도 내일 아침에 먹을 소보루 빵을 한 개 샀다. 나의 일용할 양식이지. 즉석 수프로 같이 먹으면 좋다. 며칠 전에 새로 뚫은 모찌모찌 빵집은 맛과 가격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전에도 한 번 방문하러 간다고 들렀다가 못 찾았었는데 말이지. 식빵은 쫄깃쫄깃했고, 다른 빵들도 먹고 싶은 게 많더라. 그렇다고 해서 야마모토 아리들처럼 빵을 먹겠다고 핀란드와 덴마크까지 갈 여력은 없고.

 

책을 쓰기 위한 소재 발굴이라는 점에서 야마모토 일행의 북유럽 빵 순례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빵을 매개로 해서 이런 책을 쓸 수 있단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아주 치말하게 준비를 한 것 같지도 않다. 대충 핀란드에서는 호밀빵이 대세지라는 모토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곳들에 위치한 동네 빵집들을 타격한다. 내가 이런 방식의 즉석 여행을 좋아하잖냐. 청년 시절에는 주로 그런 식의 여행을 했지만, 지금은 체력이 달려서 아무래도 힘들지 싶다. 또 모르지, 그렇게 낯선 곳에 가서 또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오냐며 마구 달리게 될지 말이다.

 

데니시 브레드의 본고장이라는 덴마크 코펜하겐을 거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도착한 야마모토 일행들은 바로 빵 흡입에 들어간다. 아니 그전에 기내식부터 빵을 뜯었던가. 아무리 빵이 좋다고 하더라도, 배가 부른 상태에서 계속해서 그렇게 빵을 먹을 순 없지 않나 그래. 어쨌든 그런 나의 노파심을 뒤로 하고 이들은 백야의 나라 핀란드에서 수도 없이 빵을 뜯는다. 바로 이거지!

 

사실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힘든 그런 여러 종류의 호밀빵 베리에이션을 뒤로 하고, 이들은 관광에도 열심이다. 수도 헬싱키에서 기차로 12시간이나 걸리는 산타클로스 마을도 방문한다. 패기가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북극권에 위치한 산타클로스 마을을 야간열차를 타고 달려간다. 다시 한 번 멋지다. 대신 산타 할아버지와 같이 기념사진을 찍는 게 3천 엔이라고 해서 패스하고 집으로 보내는 편지를 썼다고. 나의 옆지기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그건 해야 했다고. 나 역시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언제 또 그럴 기회가 있을까.

 

핀란드 제2의 도시라는 탐페레 기행도 흥미롭다. 유명한 무슨 돔을 찾느라 고생을 하기도 하고, 타워에 위치한 저명한 빵집에 가겠다고 거의 절벽을 오르는 장면도 재밌었다. 고생 끝의 낙이라고 그렇게 올라간 곳에 위치한 빵집에서 먹는 빵에 대한 추억은 나중에 생각해도 정말 황홀하지 않았을까.

 

다음 코스는 덴마크다. 불과 어제 읽은 책인데, 왜 핀란드에 대한 이야기들은 생생하게 다가오는데 덴마크는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버터를 대략 50% 정도 사용한다고 하는데, 덴마크에서는 60%를 써서 더 부드럽다고 했나. 아니 그게 핀란드였나 어쨌나. 덴마크로 가기 위해 이른 체크아웃을 해야 해서 푸짐한 빵이 제공되는 조식 뷔페를 포기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거리는 이들의 조바심도 재미에 한 스푼을 더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빵을 안주 삼아 호텔에서 먹겠다고 사온 맥주가 알고 보니 사과술이었다는 에피소드도 재밌었다. 이름도 잘 모르고 또 맛도 모르지만, 그래도 타국의 식문화를 이해하려는 그네들의 노고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어찌 이름도 모르고 무엇으로 만든 지도 모르는 빵들이 다 맛있었을까. 입맛에 맞지 않는 빵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자세가 참 인상적이었다.

 

내친 김에 무슨 일본 각지 먹부림을 다룬 만화도 잠시 봤었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타카기 나오코의 <일본 식탐여행 한 그릇 더!>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먹방 이전에 이미 일본에서는 이런 만화 먹부림이 유행이었던가. 그렇게 유행은 돌고 도는가 보다. 한 시절을 풍미하던 가성비 최고라던 먹방도 이젠 트렌드가 지나지 않았나 말이다.

 


(지난 주에 예전부터 한 번 가보려고 하던 모찌모찌브레드, 가격도 착하고 빵도 맛있더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4-02-07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빵순인데 ㅋ
새로 생긴 빵집 꼭 들어가봐요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찾아가보구요
여러모로 몸이 고생중입니다
책 에피소드들 재밌네요 ^^

레삭매냐 2024-02-08 09:52   좋아요 1 | URL
오오 대단하십니다 ~

저도 아침마다 빵을 먹는답니다.
오늘 아침에도 빵 묵었어요.

오후에 일찍 끝나면 다시 모찌
모찌 브레드에 가볼라구요 :>
빵여행 재밌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