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더 1 커피 한 잔 더
야마카와 나오토 지음, 오지은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인가 매일 같이 커피 한 잔을 마신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 먹고 나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재미가 일상이 되었다. 이건 마치 하나의 신성한 의식 같다고나 할까. 주식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세상만사를 다 섭렵하다.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삼총사 중의 한 명은 커피 마시며 수다떠는 재미에 회사 다닌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커피는 이런 즐거움을 전달해 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었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는 관외 대출불가 만화 섹션이 있다. 몰랐었는데 4층에 아주 많은 만화들이 있었다. 시간 여유만 된다면 여기 가서 아주 하루 종일 만화를 보고 싶기도 하다. 어제도 무려 16년 전에 나온 야마카와 나오토 작가의 <커피 한 잔>이라는 만화를 찾았다. 순전히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을 수 있겠다는 나의 얄팍한 노림수였다고 고백하는 바이다.

 

짧은 연작들이 몇 개 담긴 소설들이다. 불과 24시간 전에 본 만화인데 이미 기억이 많이 휘발되어 버렸다. 그 중에서 기억나는 이야기들 몇 개를 되짚어 본다. 우선 거리의 악사 양반이 들려주는 이야기. 거리에서 요즘 말로 하면 버스킹하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고급 세단을 타고 온 아가씨의 집사가 음악을 듣고 나서 만엔씩 청년에게 주었다. 어찌 보면 큰 돈이 아니었지만, 거리에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버스킹 청년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그런 비용이었다. 그 돈으로 저녁을 사 먹고, 따뜻한 커피도 한 잔 사 마신다. 그리고 더 돈을 모아서는 좋아하는 밥 딜런의 CD도 샀지 아마. 나중에는 아가씨 집에까지 가서 공연을 하고 10만엔을 받는다. 그러다가 아가씨의 발길이 끊어졌다. 집사에 말에 의하면 병약했던 아가씨가 돌아 가셨단다. 그리고 죽은 아가씨는 아예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그랬던 거다.

 

이웃에 사는 이혼녀를 사랑한 평소에 그냥 저냥 살던 청년의 이야기도 가슴을 타격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웃집 여자를 눈여겨 보게 된 청년. 혼자 마시는 커피를 계단에 앉은 그녀에게 나누어 주면서 사랑을 키워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도 충실하는 청년. 하지만 재결합을 요구하는 남편의 등장으로 둘의 관계는 무너진다. 그렇게 이웃 여자는 떠나가고, 그런 후에도 청년은 계단에 앉아서 자신이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또다른 이웃이 등장한다.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는 법인가 보다.

 

엄마와 별거 중인 아버지를 따라 나선 소년의 이야기도 마음에 든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이들 가고 싶은 데려 가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아들은 평소에 아버지가 가던 곳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간다진보초의 세계에서 가장 큰 헌책방 거리라는 곳을 방문한다. , 그리고 보니 나도 오래 전에 아버지와 함께 청계천 헌책방에 가서 한국일보에서 나온 <타임 라이프> 2차세계대전 시리즈를 10권 사서 전철을 타고 집까지 낑낑대면서 온 적이 있었지. 누구나 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어느 이야기에서 나이가 드니 점점 시간 때우기가 힘들어진다고 하던데... 무슨 소리냐 그래. 책읽기에 너튜브 감상에 그리고 화초 재배에 이르기까지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지. 역시 시간 때우기는 자기하기 나름이다. 시간을 보내는데(혹은 때우면서) 있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게 아닐까 싶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뱀다리] 서문부터 오류가 있었구나. 문득 생각이 나서 밥 딜런의 <커피 한 잔 더(One More Cup of Coffee (Valley Below))>가 수록된 앨범 <Desire>를 검색해 봤다. 그 앨범은 1967년이 아니라 1976년에 발매됐다. 아주 간단한 사실인데, 역자가 확인을 하지 않았나?

 

너튜브에서 노래를 찾아 들어 보니 왜 이리 애절한지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아예 듣지도 않았을 텐데 그냥 BGM으로 들었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고 2024-02-01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딜런 노래 가사가...정말 아름다운 ‘시‘네요

레삭매냐 2024-02-01 13:05   좋아요 1 | URL
어쩌면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
을 준 이유가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