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정치의 위기, 90년대생의 정치질 - 노무현재단 청년 황희두 에세이
황희두 지음 / 포르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나라가 다 떠들썩하다. 한쪽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고 또 한쪽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거라며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여념이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편인데, 내가 즐겨 보는 너튜브의 김태형 소장님은 전자들이 1년 정도 후쿠시마 생수를 마시고 또 거기서 산 음식물들을 섭취한 뒤에 괜찮다면 방류하는 것도 어떠한가라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황희두 청년이 쓴 책 이야기에 앞서 극단적으로 갈리는 정치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이른바 포스트 트루스시절에 우리가 얼마나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나는 묻고 싶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받아들이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국인에 도움이 되는지 말이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이러저러한 팟캐와 너튜브를 통해 황희두 청년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으로 청년 정치인 기대주로 성장하고 있는 그의 삶을 조명해 볼 수가 있게 되었다. 거두절미하고 오십대 이상의 중년남성들이 장악한 정치 영역에 이런 청년들의 진출을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왜 우리는 서구의 정치 선진국에서처럼 십대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펼치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해서 이십대, 삼십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나올 수 없는 그런 토양이 되었단 말인가.

 

한 때 386이라 불리며 한국 정치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이들은 시간이 많이 지나 기득권층 자체가 되어 버렸다. 그들이 보여준 민주화 학생운동 그리고 그 후에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효용은 다한 게 아닌가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제 총선이 일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새로운 바람이 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작금의 상향식 공천으로는 새로운 개혁을 주도할 신진 세력의 등장을 기대하기란 난망해 보인다.

 

오늘 따라 유난히 서설이 길었다. 여튼 프로게이머로 출발한 황희두 청년의 일대기는 파란만장했다. 우선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걸었다. 학교를 그만 두기 전에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리고 학교를 중퇴한 뒤, 본격적인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가 누린 성공의 시간들을 길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그런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누구나 비슷한 궤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면 그만큼 재미없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그렇지 않아도 입시라는 획일적 교육이 미래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죽인다는 마당에 말이다.

 

그의 책에서 내가 퍼올린 몇 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유능한 관종이라는 표현이다. 언제부터인가 청소년들의 꿈이 인기 너튜버가 되어 돈과 권력 그리고 명성을 거머쥐는 거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그만큼 너튜브 콘텐츠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말이 아닐까. 그전에는 대통령이나 장관 같은 권력자의 꿈을 그 다음에는 건물주가 되겠다고 하다가 이제는 또 콘텐츠 개발자가 되겠다고 한다. 황희두 청년의 말대로 유능한 관종이 되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정치 선진화에 앞선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그런 나라가 되는 기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책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이야기지만 말이다. 어쨌든 비슷한 시기에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먼저 체험 황희두 청년의 조언이니 새겨 두면 좋을 듯 싶다.

 

황희두 청년은 이제 모두가 공감할 만한 국민 예능의 부재를 들며 파편화된 개인들의 단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5년 만에 다시 돌아온 각자도생의 시기에 공존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공허하게만 들린다. 전지구적 위기였던 역병 때문이기도 했지만, 진보정권에서도 우리의 삶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공동체적 삶을 우선하기보다, 개인의 영달과 사익 추구야말로 중요한 삶의 가치라고 떠들어대는 유사 언론의 선전선동의 위력이 어마어마한 가운데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 지에 대한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진 시절 탓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황희두 청년은 이런 상황 속에서 개개인이 고지전, 진지전 그리고 심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어쩌면 일상에서 정치질은 이런 전투의 연속일 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일상에서 회피기동을 하거나 아니면 설득하는 작업도 마다해서는 안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생각들을 가진 이들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때가 많은데, 나는 그것을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나도 청년이었다면 아마 그들의 생각을 단박에 바꾸기 위해 전쟁을 치렀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전쟁을 치른다고 해서 그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황희두 청년의 글을 다 읽은 소회는 부디 그가 국회에 진출해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청년을 발굴하기란 난망한 미션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내공을 쌓고, 활발한 정치력을 발휘해온 황희두 청년이 현실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꿈이야말로 일상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초석이 될 거라고 감히 예언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