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 자본의 역사 지양청소년 과학.인문 시리즈 2
리우스 지음,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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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히코 출신 작가 리우스의 팬이다. 오래 전에, 이해도 하지 못하는 영문판 <칼 마르크스>의 그림체에 반해 버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번역서로 그 책을 만났고, 아마 오월서각인가에서 나온 트로츠키와 니카라과 혁명을 다룬 책들도 헌책방에서 구해서 만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사회주의자의 시각으로 서술한 <경제이야기:자본의 역사>를 오늘 읽었다.

 

예전에는 귀족과 사제 그리고 농민 계급으로 구성된 중세 사회가 존재했다. 그 당시의 모든 권력은 토지로부터 나왔다. 토지를 영유하고 있던 귀족 계급이 세금을 농민들과 수공업자들에게 물렸다. 그리고 사제 계급은 종교적 차원에서 귀족들의 토지 점유를 인정하라고 농민들에게 강요했고, 내세까지 관장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과시했다. 리우스는 당시 사회를 신권국가라는 말로 표현했지 아마. 다시 찾아봐야 하는데 사실 좀 귀찮다. 그냥 한 번 읽은 기억에 의존해서 리뷰를 해보련다.

 

이 때 등장한 선수들이 바로 상인 계급이었다. 이들은 생산에 참여하는 그런 주체가 아니었다. 이들은 동방에서 일상에 불필요한 사치품들을 수입해서 유럽의 귀족들에게 비싼 값에 팔았다. 요즘 말로 치자면 되팔램 정도가 될까. 이들에게 세금은 죽음보다 더 싫은 그런 게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이들은 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남기기 시작했다. 최초에 그렇게 성공한 장사치들은 베네치아 출신 상인들이었다고 한다.

 

장사는 기본적으로 독점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마르코 폴로가 개척한 동방무역을 자신들이 독점하려고 했다. 그렇게 육로가 막히자, 후발 주자들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모험가들이 동방으로 향하는 새로운 항로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비로서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이 시절은 유럽 대륙이 아닌 다른 대륙에 사는 이들에게는 악몽의 시작이나 지옥문이 열린 거나 다름이 없었다. 콜럼버스가 인도 항로를 찾겠다고 나섰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면서 라틴아메리카는 이제 막 무어족의 침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한 스페인의 약탈대상이 되었다. 저 멀리 인도를 넘어 중국까지 겨냥한 서구 열강들이 앞다투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만들어 수탈을 개시했다.

 

무역에 종사하던 상인들은 식민지에서 원재료를 수입해서, 본국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원부자재 생산에는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고(아니면 기계의 힘이!)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퍼뜨린 구대륙의 전염병과 학살로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유럽인들은 가공할 노예 제도를 굴리기 시작했다. 리우스의 분석에 따르면 그 결과, 현대 유럽의 자본 축적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돈벌이가 되는 걸 직감한 유럽의 노예상인들은 아프리카에서 한 마을 사람들을 통째로 납치해서 신대륙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축적된 자본을 바탕으로 해서 19세기 본격적인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드디어 금권을 바탕으로 해서 권력을 쟁취하는데 성공한 상인 계급은 법을 통해 국가의 새로운 지배 계급으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했다. 만인 앞에 법이 평등하지 않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던가.

 

상인들은 자본의 재생산을 위해서는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전쟁은 짭짤한 돈벌이였다. 그리고 전쟁에 이기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해 과학자들의 연구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후원했다. 전쟁에서 누가 이기건 간에 막대한 이익을 얻는 건 언제나 상인들이었다. 그래서 전쟁상인이라는 말이 있었던가. 방적기와 증기기관 같은 산업혁명의 총아들이 등장하면서 비로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가 열렸다.

 

이제 자본가 계급으로 변신한 상인들은 기존의 농민 계급에서 도시 빈민이자 노동자로 변신한 이들을 착취하면서 자신들은 일하지 않으면서 잉여가치(plus-value)를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리우스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사회의 기득권층이 된 이들은 평등을 원하지 않으며 재산의 많고적음에 기반한 불평등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본다면 자본가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최근에도 반복해서 기업 범죄들을 저지른 이들을 기업보국이라는 말로 사면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방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유럽 열강들이 앞다투어 세계의 곳곳을 자기들 마음대로 요리하면서 식민지로 삼고, 제국주의 침탈을 한 점에 대해서도 리우스 작가는 예리한 시선으로 비판한다. 더 이상 식민지로 삼을 땅이 없어지자 결국 그들은 자기파멸적인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지 않았던가. 1871년 파리 코뮌 이후, 46년 만에 러시아에서 벌어진 사회주의 혁명으로 어쩌면 사회주의가 냉혹한 자본주의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 사고가 존재하기도 했지만 러시아 제국의 붕괴로 저자가 야만적 자본주의라고 규정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말았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소비가 최고의 미덕으로 강조된다. 기업들은 중복돼서 만들어내는 제품의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다. 어쩌면 자본주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호황과 불황은 이런 자본주의의 근원적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일 지도 모르겠다. 이미 첫 번째 세계적 경제공황은 1873년에 시작되었고, 1차 세계대전 이후 과잉생산으로 전세계는 대공황이라는 지구적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작금에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스마트폰 과당경쟁에서도 과잉생산과 경제공황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왜 우리는 기업/자본가가 만들어낸 허구적 이데올로기인 소비물신주의의 노예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최첨단 성능으로 무장한 스마트폰과 무시무시한 성능을 자랑하는 최신 자동차를 타지 않으면 안되는 정말 특별한 이유가 있단 말인가? 또 한편으로는 미국 팝을 카피한 소위 K-POP 예능산업에서도 서구에서 촉발된 세계화의 음산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아티스트 개개인의 창작력보다는 분업화된 팀들이 만들어내는 노래들을 무대에 올라 마리오네트처럼 부르고(혹은 립싱크하고) 정확하게 2주면 소비의 선순환주기가 끝나는 최신음악을 볼 때마다 예전에 적게는 한달, 길게는 서너달씩 가는 공전의 히트곡에 대한 아쉬움들이 묻어난다.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고 한다면 또 할 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143쪽 짜리 짧은 분량의 팜플렛 같은 서사지만 리우스가 쓴 <경제이야기:자본의 역사>에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 적용할 만한 다양한 서사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한 번 정도 읽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리우스 작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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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30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기소비량을 줄일 것 패스트패션애서 발을 뺄 것 기기들을 오래 사용하고 고쳐가며 쓰는 것만으로도 지구의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거란 글을 본 적이 있어요. ㅠㅠ 저도 실천해야 하는데 ㅠㅠ

레삭매냐 2022-08-30 15:19   좋아요 1 | URL
저는 돈이 없어서 고기도
자주 못 사먹구요...

옷도 잘 사입지 않으니 해당
사항이 없고 -

기기들(+자동차/휴대폰)도 그
야말로 마르고 닳도록 사용하니
지구별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것으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