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처음으로 파리를 찾았다.
사실 파리는 그저 내가 꿈꾸던 도시 로마를 가기 위한 경유지였다.
그런데 정작 두 도시를 가보니 로마보다 파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4년 뒤에 다시 한 번 파리를 찾게 된다.
물론 로마도 좋았다. 아마 그 당시에는 지금은 손절해 버린 작가 시오노 할매의 책을 보고 로마에 가지 않았나 싶다.
콜로세움과 판테온 그리고 시스티나 성당은 황홀했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감동 그 자체였고.
하지만 개똥으로 뒤덮인 도시 로마는 정말...
오래전에 사둔 설터 작가의 프랑스 기행문을 읽고 있는데...
“물을 퍼부어 도시를 목욕시키고, 짚으로 만든 긴 빗자루로 어제의 잔해를 쓸어 보낸다.”
바로 내가 파리에서 첫 아침에 느낀 느낌 그대로였다.
천신만고 끝에 찾은 오렌지민박에서 시차 때문에 새벽 같이 일어나 파리의 거리를 누비다가 맡은 바게트 냄새 역시 기가 막혔다. 사실 아직도 바게트 빵맛을 잘 모릅지만, 당시 느꼈던 냄새의 추억은 평생 갈 것 같다. 그렇게 걸어서 뤽상부르 공원에 갔던 기억이 난다.
물을 퍼부어 도시를 목욕시키고, 짚으로 만든 긴 빗자루로 어제의 잔해를 쓸어 보낸다. 파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아직은 아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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