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스타워즈 팬이다. 누구처럼 자동전화 응답기에 "May the force be with you"라고 남길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오리지널 4-6편은 물론이고 다시 돌아온 1-3편도 모두 봤다. 그런데, 디즈니로 넘어간 뒤에 만난 시리즈들은 하도 이질적이어서 잠시 휴지기에 들어가 있었다. 극장에서 새로운 시리즈들이 개봉될 때마다, 아 나도 극장에 가서 보고 잡다를 수차례 반복했지만 결국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외전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로그 원> 정도가 봐줄 만했다고나 할까. 루크 스카이워커의 귀환은 아에 보지도 않았다.

 

요즘에는 하도 영화나 미드를 안보다 보니, 소식도 어둡다. 그러다 얼마 전에 스타워즈 외전으로 <만달로리안>이라는 시리즈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다릴 수가 없더라. 당장 보기 시작했다. 매편당 한 시간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시리즈라 그런지 잘 넘어가더라.

 

주인공 만도(페드로 파스칼 분)는 우주에서 현상금을 노리는 바운티 헌터다. 업계 최고의 실력자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비기닝에서 살짝 실력을 보여준다. 스타워즈라는 스페이스오페라가 왠지 모르게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킨다. 결국 유사 이래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는 말로 귀결될 것인가. 모든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용될 뿐, 오리지널리티는 그대로인 걸까. 빌런들이 득시글거리는 바에서 만도는 현상금이 걸린 얼굴 파랑이 녀석을 라이벌들을 간단하게 무력으로 제압하고 차지한다. 물론 우주선을 타고 출발하기 전에, 갑자기 등장한 바다괴물에게 당할 뻔 했지만 말이다. 탈출 시도를 하는 녀석을 냉동시켜 버리는 만도.

 

제국이 망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으로, 제국 화폐로 현상금을 지불하려는 길드 리더 그리프 카가의 제안을 거부하는 만도. 그 대신, 그리프 카가는 만도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적인 미끼를 하나 던진다. 분명 제국과 연관이 있는 사나이는 트래커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행성만 알려주고, 만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베스카르를 선금으로 지불한다. 미션을 성공했을 적에는 상당한 보상을 뒤따를 것이라는 말과 함께. 반드시 타겟을 산 채로 잡아 오라는 오더가 떨어진다.

 

선금으로 받은 베스카르를 들고 만달로르 조직의 제련소에 간 만도는 그것으로 오른쪽 견갑을 하나 만든다. 대장장이가 망치로 견갑을 내려칠 때마다, 자신의 부족(?)이 습격당하던 시절이 연상된다. 부모가 만도를 안전지대에 집어 넣는 장면에서는 왠지 행성 파괴 직전에 슈퍼맨의 부모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왜 이렇게 유사한 장면들이 많은지.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마치 게임의 퀘스트처럼 진행된다. 이것 역시 신세대 스페이스 오페라에 합당한 그런 것일까 싶다. 아르발라7 행성에 도착해서 정찰하던 만도를 블러그라는 괴물이 습격한다. 그 때 마침 등장한 원주민 쿠일의 도움으로 블러그를 물리친다. 쿠일의 도움으로 블러그를 길들이고, 타겟이 있을 법한 곳으로 이동하는 만도.

 


그곳에는 숱한 빌런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단신으로 그 많은 빌런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때 역시나 조력자가 등장하니, 바로 로봇 바운티 헌터였다. 우습게 생긴 녀석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둘이서 현상금을 반띵하는 조건으로 빌런들을 퇴치하고, 마침내 타겟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알고 보니 녀석은 바로 아기 요다(편의상 그렇게 부르겠다)가 아닌가. 50세라고 했는데, 너무 아기아기하다. 로봇 바운티 헌터가 녀석을 블래스터 건으로 처리하려고 하자, 서부의 총잡이를 연상시키는 만도가 먼저 총을 뽑아 길드원이자 잠깐이나마 동료였던 로봇 바운티 헌터를 제거한다.

 


자 여기까지가 1편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21세기 폭스를 집어 삼킨 디즈니에서 발표한 스타워즈 스핀오프 시리즈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일단 1편에 해당하는 미션은 클리어됐다. 그 다음에는 아기 요다를 데리고,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일이 남아 있겠지.


일단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하다. 만도는 자신의 부족이 몰살당한 과거의 상처를 지닌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오리지널의 다스 베이더처럼,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나중의 에피소드에서 아기 요다 구출 작전에 나서는 걸 보면, 선한 것 같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바운티 헌터라는 직업이 뭐 그렇지 않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는 점도 그렇다. 만달로르에게 무기는 종교 같다고 했던가. 일단 충분한 밑밥들이 던져졌다. 왜 과거의 제국 추종 세력은 아기 요다를 찾는 것일까? 만도가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베스카르는 오로지 제국만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아마 그런 궁금한 점들을 풀어 나가는 게 앞으로 전개될 사가(saga)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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