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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원래 리뷰의 제목을 <찰스 밍거스 그리고 오코노미야키>로 뽑으려고 했다. 그냥 느낌 있게. 일본 추리소설에는 유난히 재즈와 그 재즈를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더라. 좀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경찰의 밤>을 읽었는데 비슷한 주제라 비교해 가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무면허 교통사고를 저지른 소년을 감별소로 이송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소년의 이름은 다나오카 유마, 상습범이고 이번에는 차로 치인 사람이 죽었다. 이사카 고타로는 간단하게 다나오카가 왜 사고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지 않는다. 그는 이미 이 업계의 이름난 고수가 아닌가.
작가는 자신이 준비해 놓은 십년 전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십년 전, 초등학교 시절 다나오카군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친구 에이타로를 잃었다. 그 때의 트라우마가 작동한 걸까. <서브마린>의 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정법원 조사관이 등장할 차례다. 하나는 화자 격의 무토 씨, 다른 한 명은 민폐왕 진나이 씨다. 전자가 아주 정상적인 그런 스타일의 조사관이라면, 진나이 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날티나는 조사관이다. 게다가 아주 뻔뻔하기까지 하다. 반면, 진중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싸나이기도 하다.
이사카 월드의 주인장은 단선적인 이야기만을 독자에게 서비스하지 않는다.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야마다 슌이라는 이름의 고등학생이다. 요 발칙한 녀석은 인터넷의 신비하고 영롱한 세계에 빠져서 협박을 하다 현재 시험 관찰 중이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오야마다의 캐릭터를 통해 이제 이사카 월드가 전개할 도대체 우리가 원하는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핵심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오야마다의 예리한 분석으로 진나이와 무토 콤비는 초등학교에서 벌어질 뻔한 끔찍한 사건을 예방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방심하지 말지니. 작가 선생은 과연 독자의 머리 위에 서 있다. 중반에 조금 늘어지는 맛이 없지 않았지만, 후반에 준비한 비장의 깜짝쇼는 과연 이사카 고타로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가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판단하고 감당할 수 있을까. 아무리 소년범이라고 하지만, 사람을 죽인 이가 과거를 감추고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물론 쉽지 않은 과제다. 그래서 고수가 준비한 반성하는 캐릭터 와카바야시가 빛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후반으로 갈수록 매끄러워지는 진행 그리고 아련함을 남기는 결말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