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빛이 있으라가 나는 요한복음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창세기 13절이었구나. 프랑스 작가 장폴 뒤부아가 공쿠르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중고서점에 가서 그의 책 두 권을 샀다. 요즘 나름 독서 슬럼프라 재밌게 읽을 만한 그런 책이 필요했고, 뒤부아의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아주 적절한 책이었다.

 

프랑스 툴루즈에 사는 동물 다큐멘터리 PD 폴 타네 씨는 어느날, 숙부가 돌아가셨다는 공증인의 전언과 함께 대저택을 유산으로 물려 받게 된다. 문제는 동성애자였던 숙부가 남긴 대저택이 향후 1년 간 그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거라는 전망이었다. 습기가 지배하던 대저택을 방문하는 그 순간까지도 아마 타네 씨는 그 사실을 몰랐으리라.

 

잘 살던 안락한 집을 팔아 치우고 공사 자금을 마련한 타네 씨는 공사 견적서 적힌 금액을 보고는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지금까지는 모두 예고편에 불과하니 말이다. 처음부터 비싼 가격에 제대로 된 인력을 사용했으면 모르겠지만, 어디 싼 비용으로 대공사를 치르려다가 타네 씨는 비싼 교훈을 얻게 된다. 한국이나 프랑스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인력들이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상황은 국경 없는 자본시대,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 시절에 낯익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래 전, 포장이사를 하는데 한국말을 너무 잘하는 몽골 청년의 등장에 좀 놀라지 않았던가.

 

첫 번째 난관은 바로 피에르와 페드로 두 해적 악당들이었다. 사실 이 두 악당들이 초반 공사의 대부분을 망쳐 먹은 주범들이었다. 농땡이는 기본이고 대들보 세우는 일이며, 폭풍우가 몰려오는데 공사 현장에 방수포를 씌우지 않아 대홍수를 일으킨 장본인이 되시겠다. 게다가 가장 기본적인 보험도 들지 않아 발주자인 타네 씨의 뚜껑을 열리게 만들기 일쑤다. 아 참 타네 씨는 그들의 개에게 발모가지를 물리기도 했다.

 

그 뒤에 줄지어 등장하는 이들도 사실 타네 씨를 홀라당 벗겨 먹으려는 해적 악당 2인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대참사 이후 뒷수습을 위해 제대로 된 긴급 인력을 수급받았지만, 비용 청구서를 보고 타네 씨는 입이 딱 벌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난관, 그리고 그에 대한 타네 씨의 투쟁이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게다가 탁탁 끊어지는 장 구성이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밌기까지 하다.

 

나는 내가 못하는 일은 외주를 주자는 입장이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벽에 못 하나 박는 일도 버거워 하는 나로서는 어쩌면 그게 더 맞는 일이 아닐까 싶다. 대저택의 바닥 공사를 친 노인장은 경사를 잘못 잡아서 물이 건물로 밀려들자, 타네 씨에게 버럭하고 화를 내지 않던가! 그러니 아무리 공사를 발주한 전주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일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을 슬쩍 엿볼 수도 있다.

 

타네 씨에게 해고당한 악당 2인조가 앙심을 품고, 타네 씨가 애지중지하는 공구들을 훔쳐 갔을 때는 또 어떤가. 하지만 아무리 타네 씨가 그들에게 협박을 하더라도, 명백한 물증 없이는 그들을 심증적으로 범인으로 규정할 뿐 다른 대처 방안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악당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뻔뻔하게 대들기까지 하지 않은가 말이다. 대저택의 전기 배전공사를 맡은 루스키 씨는 퓨즈를 홀라당 태워 먹었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불꽃놀이, 하나비 같다고 했던가. 잇달아 벌어지는 대참사를 유머러스하게 넘기는 뒤부아 작가의 능수능란한 솜씨에 좀 반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타네 씨를 벗겨 먹으려고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세찬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 들판에 고개를 쑥 내미는 들꽃처럼 수도 배관공 아랑그 영감도 있었다. 아랑그 영감이야말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마지막 기사도를 상징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물론 그 역시도 실수로 타네 씨의 참사 연대기를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그것을 자신의 치욕이라고 생각하고 공사비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공사비 청구도 뒤로 미룰 뿐이었다. 공사판을 누비는 고문관들과 미치광이들도 많지만, 아랑그 영감처럼 진정한 장인도 있다는 말을 뒤부아 작가는 하고 싶었던 걸까.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를 읽으면서 행여라도 미래에 집을 짓는다 뭐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주변에서 그렇게 자기 집을 지었다가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수십년 째 생고생을 하고 있는 사람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주어진 운명에 만족하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교훈을 절절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유쾌하고 즐거웠다 뭘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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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건축가 2019-11-13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제가 타네씨 책을 꼭 읽어볼께요. 엄청 재미나고 공감할 것 같은 책이네요. ^^ 방금 중고책 구입 했어요.

레삭매냐 2019-11-13 16:55   좋아요 1 | URL
걸작이나 명작 수준은 아니고
기분 전환용으로 읽기에 그만
인 책이더군요 :>

자목련 2019-11-15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요. 다시 읽으면 어떤 기분일까 싶다가 책이 없다는 게 생각났어요. ㅎ

레삭매냐 2019-11-15 19:13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래 전이라 책들이 다 절판됐더라구요.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으면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