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알고 있다
엘리자베스 클레포스 지음, 정지현 옮김 / 나무옆의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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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작가 엘리자베스 클레포스의 <너는 알고 있다>를 읽었다. 표지에는 어린 소녀의 우측 사진이 등장한다. 아마도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찰리/샬럿 캘러웨이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목에 나오는 는 누구를 의미하는 걸까. 두 가지 질문을 가지고 책 읽기에 돌입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찰리 캘러웨이의 엄마 그레이스는 10년 전에 자취를 감춘다. 뭐가 부족해서 억만장자 남편 앨리스테어와 사랑하는 두 딸 찰리와 세라피나를 두고 사라져 버린 걸까. 타인의 불행과 가십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엄마 그레이스 부재 가운데 찰리는 아버지 앨리스테어가 졸업한 놀우드 오거스터스 사립학교에 재학 중이다.

 

소설의 한 축에 불가사의한 그레이스의 실종이 있다면, 놀우드에서 찰리가 비밀클럽 에이스에 가입하기 위해 수행하게 되는 미션은 소설의 한 축을 담당한다. 예전 <상속자들>이라는 드라마에서 아마 부유층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고등학교를 다룬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미국내 사립학교의 모습은 또 다르게 다가온다. 명문대 진학이라는 학벌 시스템과 자신들만의 이너써클을 구축해서 권력을 향유하는 모습을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일상적으로 구축해 온 것이다.

 

찰리는 외삼촌 행크가 자신을 찾아와 엄마 그레이스의 사진을 찾았다는 말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레이스가 남편 앨리스테어를 만나기 훨씬 전에 놀우드에서 잉태된 비극은 캘러웨이 가족이 겪게 되는 파국의 진원지였다. 소설 <너는 알고 있다>를 읽으면서 인간의 운명은 결국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버지 시대 때부터 존재했던 비밀클럽 에이스의 그릇된 유전자는 자식들의 세대에까지 이어지고, 찰리는 어머니의 실종의 단서를 캐가던 과정에서 모두가 숨겨왔던 진실을 깨닫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사건일 수도 있는 내러티브는 찰리와 앨리스테어 그리고 그레이스가 교차로 등장해서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스토리라인을 좀 더 흥미롭게 진행된다. 초보 작가가 이런 장르 소설을 이 정도 수준으로 촘촘하게 구성했다는 점이 놀랍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핍진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앨리스테어와 그레이스가 갑자기 사랑에 빠져, 결혼식까지 치르고 나서 앨리스테어가 막 결혼을 앞둔 약혼녀 마고에게 이별 선언을 하는 장면이었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빨리 결혼이 진행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 놀우드에서 에이스의 미션을 수행하던 찰리는 절친 드루가 재정상의 이유로 경쟁에서 고의로 탈락하고 기존의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면서 갈등하는 장면은 하나의 클리셰이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균형 잡힌 작법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스 가입을 위해 도를 넘은 미션에 저항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들만의 이너써클에 들어가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야 하는 고민을 하는 장면도 멋진 설정이었다.

 

초반의 백쪽 정도를 읽고 나서 잠시 멈춰 서 있다가 오늘 아침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반나절 만에 다 읽을 수가 있었다. 그 정도로 뛰어난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너무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했다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이 정도로 마무리지어야겠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이방인일 수도 있다는 작가의 문구는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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