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4 1 - 결혼이란 달면서도 씁쓸하구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북치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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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싸이월드가 대세였다면 요즘은 인스타그램이 대세인 모양이다. 인스타를 통해 수많은 예비 웹투니스트들이 피고지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낢 씨 같은 기존 작가들에게도 인스타는 기회다.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아니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분히 홍보를 하고, 콘텐츠를 전파할 수 있으니 말이다.

 

보다말다를 거듭하던 <낢이 사는 이야기>와 다시 만나게 됐다. 이번에는 무려 이과장과의 레알 신혼 이야기란다. 작가의 어머님처럼 올빼미과인 낢 씨와 바른생활 싸나이라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건축설계사 이과장 씨의 딴따따딴~ 딴따따딴으로 생활밀착형 웹툰은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요 작가의 웹툰에는 기똥찬 그런 이야기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마 거창한 것을 싫어하는 그런 스탈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모든 에피소드들이 하나같이 우리네 일상 어디에서고 걷어올릴 수 있는 그런 소재들이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에 든다.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을 보고 싶다면, 인스타의 또다른 페이지들을 찾으면 되니깐. 그런 인스타들은 주변에 차고 넘치지 않던가.

 

아무래도 집안의 청소를 맡고 있다 보니 바른생활 싸나이 이과장의 습성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물론 그처럼 열심히 그리고 잘하지도 못하는 청소지만 청결 유지와 음식물 쓰레기 처분에 힘쓰는 그의 모습에서 아 짝지들은 다 저렇게 사는구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야근을 밥먹듯이 하다 보니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를 품게 되는 장면에서도 찡했다네 동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빡시게 돌아간다면 누구라고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하고 싶은 일도 아니고 오로지 호구지책으로 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나... 역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레알리즘이 엄습해 오는 순간이었다.

 

세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장면들이 재밌었다. 물론 동물을 어려서는 좋아했지만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바쁜 마당에, 다른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하나만으로도 벅차기에 그저 낢 씨를 존경할 따름이다. 뮬론 녀석들을 통해 퍼올리는 소재사냥도 쏠쏠할테니 서로 윈윈 시츄에이션일까나. 고양이 삼총사 뿐만 아니라 주변의 조카 불패를 비롯해서 모두가 소재일세. , 그리고 결혼한 뒤에 따라붙은 가족계획에 대해서도 정중하게 사양한다고 밝히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잘할 터이니 걱정일랑 붙들어 두시라는. 그러니까 일종의 경계선 긋기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프라이버시 이슈 때문에라도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는 생활만화가의 고뇌일까, 뭐 충분히 이해가능한 일이다. 웹투니스트로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관심을 가져 주시는 건 여까지라는 선언.

 

웹툰을 신나게 읽을 적에는 무언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는데 막상 타이핑을 하다 보니 기운이 다 빠져 버렸다. 나는 오늘도 음식물 쓰레기를 밖에 버려야 하며, 먹고 남은 설거지들을 처리해야 한다. 엊그제 먹은 오징어 볶음의 잔재들 때문에 일차 설거지에서 진을 뺐더니 영혼을 털린 듯한 느낌이다. 격렬하게, 진심으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저녁이다. 뭐 그래도 이렇게 리뷰도 쓰고, 6개의 단편소설 가운데 딱 절반 정도 남은 사쿠라기 시노의 <빙평선>도 마저 읽어야 한다. 낮보다 선선해 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날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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