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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로그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우희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6월
평점 :

개인적으로 소설가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 중에서 선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 반대인가. 헷갈린다. 그럴 수도 있겠고, 아닐 수도 있겠다. 이번에 만난 세계문학상 우수작 <러블로그>의 작가 우희덕 실장님은 숭실대 입학관리팀에서 일한다고 한다. 신기하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소설을 썼단 말이지. 그것도 근엄한 소설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 문단에서 코미디 작품으로.
하긴 어디 문학에 정석이 있었던가. 그리고 보니 일전에 읽은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도 어쩌면 비슷한 궤적으로 내게 날아왔는지 모르겠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러블로그>도 마음에 들었다. 좋게 말하면 언어유희, 좀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말장난일지도 모르는 그런 언어들의 구사가 난무하는 경박한 스타일이 나는 마음에 들었단 말이다. 무비자에서 무자비로 무시로 넘어가는 그런 상상력의 발현이란. 그러니까 우희덕 실장님은 정면으로 문학에 도전장을 들이민 것이다. 이렇게 재밌는 코미디로도 작가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가일까.
이야기의 얼개는 단순하다. 코미디 잡지를 표방하는 <더 위트>의 전속작가인 주인공이 인천 앞바다에서 소금을 격정적으로 캐던 편집장에게 캐스팅되어 꽤 오랫동안 소설 집필에 전념했지만, 라이벌 잡지 <코미디킹>의 약진 덕분에 재계약 성사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아무리 순수한 문학을 추구하는 문학판이라고 하지만 자본에 대한 종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살벌한 자본주의 정글의 논리가 아니겠는가.
당장 죽어도 할 말 없는 주인공 작가 양반은 그렇다고 해서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원고를 에디터에게 들이미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결말의 완성을 앞두고 자주 들르는 커피공화국에서 소중한 원고를 분실하는 비극적 사태를 맞게 된다. 그렇지 이야기가 이 정도의 위기는 있어야 하는 법이지. 지구대에서 오늘도 승진을 꿈꾸며 공무원도하가를 부르는 임 순경의 도움으로 분실된 원고 추적에 나서는 주인공 작가의 눈물 겨운 스토리가 이어진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구사하는 언어유희에 흠뻑 빠져 그만 내러티브의 전개를 쫓아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대개의 경우, 후자에 중심을 두어 책을 읽곤 하는데 이번엔 낭패를 당했다. 아니 그런데 그것도 어쩌면 작가의 치밀한 계획이 아니었을까라며 스스로 위로한다.
두바이 데저트의 모습들, 마스가 아닌 경기도 화성에 자주 간다는 나사 컴퓨터 수리회사의 주인장과 나눈 그런 대화들만이 뇌리에 각인되어 버렸다. 공무원도하가, 공무원도하가... 무비자가 무자비냐 등등. 인연은 돌고 돌아, 결국 만나게 되어 있는 사람들은 만날 것이며 헤어질 운명이라면 무슨 수를 쓴다고 해도 결국 헤어지고 시간이 약이라는 주술만 되뇌이게 될 것이 아닌가. 아, 결말로 치닫는 가운데 승진에 목을 멘 임 순경 나으리께서 내린 쇼킹한 다음의 처방은 어떠한가. 그러니까, 그가 벌인 CSI나 FBI 뺨치는 놀라운 정밀수사에 의하면 그 어느 누구도 커피공화국에서 그의 원고에 손을 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결론은 마감의 압박에 시달린 무명 작가의 정신분열적 정신상태가 만들어낸 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원고는 처음부터 존재한 게 아니었다. 그동안 실낱같은 단서들을 기초재료로 삼아 로그 아니 블로그를 뒤지며 잔향을 풍기는 인연을 뒤쫓았건만. 또 의외로 그런 초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작가가 냉큼 받아 들인다는 것이다. 아니 그만큼 커피공화국 아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시전하는 공권력의 파워가 드셌단 말인가 하.하.하.
다 필요 없고 난 이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아무래도 작라로서 첫발을 내딛다 보니 조금 핍진성이랄까 부족한 점들도 눈에 띄긴 했지만 첫 출발이 상큼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게다가 장르가 무려 코미디이지 않은가 말이다. 코미디라는 장르의 선택 하나만으로도 다른 결점들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고 나는 단언한다. 덤으로 곳곳에서 숨겨둔 부비트랩에서 빵빵 터지기까지 하니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난 웃기고 싶다, 우희덕 실장님의 의견과 주장에 나는 백퍼 공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