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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다 내 꺼
캐리 지음 / 북하우스엔 / 2018년 5월
평점 :

어디서 많이 보았다 싶었더니만 요즘 한창 빠져 있는 인스타에 연재되는 만화였다. 그리고 보니 요즘 인스타그램이 성공가도로 향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고나 할까. 즐겨보던 웹툰의 작가도 레코와 계약하고 오버로 올라가더라. 그동안 하던 연재는 모두 레코로 이동한다고 했던가. 물론 레코 유료 결제까지 하면서 볼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기에 자연스레 발걸음을 끊을 것이다. 그리고 보니 그 흔한 좋아요나 덧글 한 번 달지 않았구나.
항상 그렇지만 시작부터 삼천포로 빠졌다. 캐리 작가의 <재밌는 건 다 내 꺼!>를 보고서 실컷 딴 소리를 하다니. 일단 carry_grow라는 인스타부터 찾아 보았다. 역시나! 팔로우 수가 12.8만이나 되네. 대단하군. 그리고 연재된 컷 수도 500개를 훌쩍 넘기고. 방문한 김에 최신 연재도 한 번 훑어 보았다. 인스타로 보는 것과 확실히 진짜 책으로 보는 것하고는 천양지차였다. 역시 난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보다. 요즘 웹툰 에세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으니 매 컷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해시태그다. 게으른 나는 해시태그도 잘 달지 않는 편인데. 업자 양반의 열정은 가열찼다.
자꾸만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샌다. 웹툰 종이버전의 주인공은 작가 캐리 씨와 그의 신랑 캐리맨이다. 나두 아무래도 남자다 보니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키덜트 토이와 전자기기에 빠져 있다는 그의 상황이 이해가 갔다. 난 물론 어른이용 장난감은 좋아만하지 사지는 않는다. 어른이용이라고 해서 너무 비싸서. 아 그리고 보니 얼마 전에 독일 슐라이히 사에서 만들었다는 스머프 인형을 두어개 샀던가. 뭐 그건 캐리맨의 스톰트루퍼 장난감 만큼 비싼 건 아니니까라며 스스로 위로한다. 나도 치맥을 아주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 번 엄숙한 의식처럼 치맥을 즐기는 건 성스러운 행위일지니.
아무래도 결혼에 있어서 캐리 씨와 캐리맨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내가 볼 적에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최고로 현명하고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일들로 얼마나 툭탁거렸던가. 나이와 관대함은 비례한다고 하는데 격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빠이팅에 나서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고 한발짝 뒤에서 눈 앞의 현상을 다시 한 번 분석해 보시라. 그렇게 악 써가면서 싸울 일들은 절대 없을 테니.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우리.
오늘 책을 받고서는 진짜 금세 다 읽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공감하기도 하고, 나도 그땐 그랬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운동하겠다며 배드민턴 들고 나섰다가 저질체력 때문에 쉬 포기해 버린 기억에 어찌나 웃기던지. 캐리 씨와 캐리맨이여 아직 결혼생활의 진짜는 도착하지 않았으니 기대할 지어다. 언젠가 주니어가 도착하게 되면, 올망졸망했던 그대들의 일상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즐길 수 있을 때, 맘껏 즐기시게나 동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