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뇌를 키워 주는 입체왕 2 - 상상력 키우기 수학뇌를 키워 주는 입체왕 2
다카하마 마사노부 & 히라스가 노부히로 지음, 최종호 옮김, 강미선 감수 / 진선아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백 예순 세 번째 서평

 

수학. 들여다보는 힘에 대하여

 

수학뇌를 키워 주는 입체왕

(2. 상상력키우기)-다카하마 마사노부. 히라스가 노부히로 지음

 

몇 번째 서평을 써야 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지막 서평은 언제 쓰고 말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소급이란 말이 있다. 마지막 서평의 기록을 찾아 헤매는 꼴이라니 지금의 나는 소급이란 말이 전하는 위압감에 절절하게 휘감기는 것을 느낀다.

 

김연아 선수가 오늘 4년 만에 우승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녀의 우승이 반가웠던 까닭은 2년 가까웠던 공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백을 뛰어넘는 우승이다.

운동선수가 공식적인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는 것과 평범한 보통 사람이 책을 보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구태여 정말이지 굳이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어쩐지 먼 길을 에돌아서 되찾은 듯한 우승의 자리라 그런지, 내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컴퓨터의 모니터 화면을 조금 뒤로 밀고, 키보드 아랫단에 눌러놓았던 양쪽 받침을 세운다. 즐겨 듣던 클래식 음악에서 밝고 빠른 비트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음악으로 바꾼다.

이제 다시 시작인가. 수술 후 무언가를 주시하고 바라보는 일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초보운전 김여사가 아닌 이여사의 자리로 돌아와 운전대를 잡았고, 약간의 약점이자 눈으로 인한 핸디캡을 감안하면서 운전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적으로 책과의 거리감은 점점 더 멀어진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다음 글을 쓸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날로 늘어나는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칼날은 갈지 않으면 무뎌지고, 운동선수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 실력은 퇴보하고 기록은 저조해진다. 그리고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 길수록 나는 그렇게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다. 꼭 그렇게 바삐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라고.

각설하고, 아직도 한집에 살고 있는 남자는 내게 컴퓨터와 책을 금지시키고 있다. 근래 책과는 담을 쌓은 생활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목 디스크 증상이 도진 까닭에 이래저래 눈치만 늘어나는데 다행히 그가 집에 없다. 지금...

 

간만에 집어든 책은 일학년으로 입학한 아들을 위해 신청했던 책이었다. <수학뇌를 키워 주는 입체왕. >시리즈의 2번째 상상력키우기라는 책이다.

2013년부터 교과서 개정이 있으면서 기존의 수학교과서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설이 다분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직접 교과서 구경을 해보지 못한 까닭에 객관적 비판은 할 수 없다. 다만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과 바뀐 교과서를 통한 수학 교수법들을 소개하는 정보들을 접하면서 어느정도 가늠할 뿐이다. 최근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스토리 텔링 기법으로 보는 수학”일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통합교과로 접근하고 있는 수학 쯤으로 해석 가능하다. 사실 이 “통합교과” 라는 표현은 이미 많이 접해본 바 있지 않은가.

통합교과와 스토리텔링 수학의 개념을 옆에 두고 다시 입체왕 시리즈를 살펴본다.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각각의 개념과 책으로 독립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수학뇌를 키워주는 입체왕 시리즈물은 총 3권으로 되어 있으며, 아쉽게도 나는 2번째 책을 받았다. 만약 1권부터 접했더라면 어땠을까. 우선 책의 특징을 들여다보자. 책은 비교적 간단한 구성을 갖고 있으며 난이도에 따라 같은 내용과 형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 싶다.

구성의 내용을 들여다보자. 순차적으로 평면 도형에 블록 얹기, 보이는 면의 개수세기, 각 방향의 면 개수 세기, 단면의 모양 그리기, 구멍 속으로 보이는 입체 찾기. 큐브의 마주보는 면 찾기, 큐브와 큐브의 합체 이외 두 가지 요소가 함께 수록되고 있다.

 

직접 아이와 함께 블록을 만들어 평면도형 위에 올려보고, 구멍 속으로 보이는 도형의 모양을 살피고, 단면을 추리해보며 단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아이는 책의 저자가 길게 설명해준 세부적인 요소를 접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집적 체험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듯 했다.

이 책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메리트는 입체도형이 갖는 성질과 실질적으로 사고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힘, 바로 응용력을 키우는 데 있다고 본다. 이리저리 도형을 돌려가면서 각각의 자리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입체의 다양한 모양, 도형을 다루는 이가 원하는 대로 블록을 투영해 ‘보는 힘’을 기르고 이를 분석하는 능력의 향상도 가져올 법하다는 뜻이다.

이것이 이번 책이 강조하는 내용일까? 상상력은 분석의 힘과 투영의 과정을 거쳐 도형을 비롯한 다양한 사물의 구체적인 입체를 형성케 한다.

 

말이 길다. 짧게 요약하자면 입체를 보며 분석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책인 듯 싶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큐브의 마주보는 면 찾기에서 나는 직접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오려서 아이에게 입체 도형을 만들 것은 권했다. 직접 만들어가면서 마주보는 면이 어떻게 자리하는지를 스스로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문제 중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 p29가 그 대표적 오류를 보이고 있다. 문제에서 처음 오류가 있으며, 답안지 역시 오류를 범한다. 아무리 봐도 답이 이상하다고 남편에게 보여주니 수학을 좋아해 공대를 갔다던 그가 대뜸 하는 말이 문제가 틀렸다고 하더라. 그렇군. 문과 출신인 나보다 공대출신인 그가 더 문장을 잘 보았던 것이다. 각설하고 그는 책을 외면했고, 나는 그의 성급한 일반화가 가져오는 압력으로 인해 급격하게 우울해져갔다. 그리고 책에 대한 신뢰감이 반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아이는 책을 너무 좋아한다. 처음 오류를 지적한 그는 아이에게 오류가 있는 책은 보일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나는 오류를 발견해가며 문제를 접하고 도형과 친근해지는 것 또한 교육일 거라는 욕심을 부린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내가 취할 것은 취하면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혹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 출간에 있어 꼼꼼한 탈고와 편집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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