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연필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6
마누엘 리바스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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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쉰 여섯 번째 서평

목수의 연필-마누엘 리바스 지음/ 정창 역

 

 

 

전쟁과 인간

 

 

 

마누엘 리바스의 소설 “목수의 연필”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부수적으로 세계사와 전쟁 내지는 내란의 역사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표현한 것은 짐짓 여유를 부린 표현이다. 사실은 꼭 알아야 한다는 표현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한 능동적 수고로움을 할애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역자인 정창의 해설부분이라도 반드시 읽어보라 권하고 싶어진다.

소설이 끝나고 마지막 부분에 실린 정창의 해설을 역순이기는 하지만 소설을 읽기 전에 먼저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작품이 내용의 전개도 전개이지만, 시대적 배경에 많은 무게중심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소설은 그저 그런 전쟁소설에 남녀간의 사랑을 적절하게 가미했다는 식의 다소 안일하고 평범한 평가를 받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접근한다면 이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스페인 국민과 작가의 추종자들이 믿고 따르는 거대한 흐름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스페인 내란으로 알려져 있는 에스파냐 내전을 선두에 내걸고 있다.

-에스파냐 내전(네이버에서 발췌)

 

1936년 7월부터 1939년 3월까지 에스파냐에서 인민 전선정부에 대하여 군부와 우익의 여러 세력이 일으킨 내전을 말한다. 1936년 프랑스와 에스파냐에서는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인민 전선 내각이 들어섰는데, 에스파냐에서는 프랑코 장군의 파시스트 세력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 내란에서 소련은 정부군을 지원하였으나, 영국과 프랑스는 중립을 지켰다.

 

 

 

실질적으로 내전이 계속 진행되던 에스파냐는 이탈리아의 파시즘이나 독일의 나치즘 그 외 무정부주의, 공산주의 등 이념의 각축장과 같은 혼란스런 시기를 거쳐가고 있었다. 역사의 선택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역사는 누구의 편을 들어주도록 결정되어져 있는 것일까. 결과적으로는 인민전선이 패하고 프랑코가 이끌던 군대가 혼란을 평정했지만, 그의 집권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마누엘 리바스는 자신의 소설에 내전 당시의 양상을 그대로 옮겨왔다. 주인공 에르발은 정부군의 군인, 다 바르카 의사는 저항군의 대표적인 표상으로서 인민전선을 대표하는 인물상으로 구체화된다. 작가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에르발과 다 바르카 의사 그 외에 프랑코 정부에 반하는 정치범들과 다양한 죄목의 수용자들을 같은 수용시설에 배치한다. 특별한 인상을 주는 인물도 있고, 그냥 지나가는 행인처럼 존재가 미미한 인물도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소신과 사상의 옷을 입혀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작가적 구성은 당대 현실사회의 혼잡하고 위험한 시대와 사상을 비좁고 답답한 수용소 시설 안으로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고 볼 수 있도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어지러운 시기에 가장 힘들어하는 이들은 정치나 사상 따위와는 거리가 먼 일반 시민들이라는 생각에 소설에 등장하는 돔보단을 상기하게 된다.

자신이 죽는 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사람 돔보단처럼 전쟁이나 내란이 생길 때마다 피해를 보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나 여성과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잠시 삼천포로 빠진 생각이 노근리 사건까지 붙잡고 늘어진다.

 

 

전쟁이나 내전이 발발할 때 세상에는 모두 정치범만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 평범한 시민도 함께 존재한다. 물론 평범한 시민이 시간이 갈수록 사상의 눈을 뜨고 사상범 내지는 정치범 그도 아니면 민주투사가 되는 것이 바로 전쟁의 상처이며 부정하기 어려운 전쟁의 현실이지 않을까도 싶지만.

 

 

 

각설하고, 소설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소설은 내란을 배경으로 저항군에 몸담고 있는 의사와, 뚜렷한 신념의 부재로 부르주아에 편승해 시류를 넘나드는 가진 자의 손녀로 등장하는 순애보적인 인물인 마리사와의 사랑을 그린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는 에르발의 삼각구도를 잡아가지만 기실 이들 세 명의 인물들 속에서 잘 살펴보면 보편적 사랑에 빗대어서 전쟁의 상흔을 고발하고 있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며 갈등하는 에르발의 심리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묘사되는데, 특히나 죽은자의 환청을 듣는 설정으로 에르발 주변에서 어른거리는 죽은 화가의 영혼은 또 다른 영혼 강철인간과 함께 선과 악을 대표하며 에르발의 심리를 자극한다.

 

 

 

장편임에두 불구하고 분량 면에서 매우 짧다는 인상을 받는다. 또한 본문에서 자주 언급하는 시(詩)를 향한 어떤 동경과 시적인 이미지에 따라 문장은 때때로 시의 한구절 한구절처럼 인상적이며 감각적인 문장을 발견 할 수 있다.

 

 

 

다만 나는 아직도 제목인 목수의 연필이 지니는 상징성에 대한 해석에 대한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목수의 연필은 에르발이 직접 사형시킨 죽은 화가의 영혼의 것이고, 어쩌면 화가의 영혼이 에르발에게 남겨준 선물과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혹은 그 어떤 불온한 환경에서라도) 흔들리는 인간이 자신의 올곧은 내면을 찾아간다는 설정에서 목수의 연필은 이를테면 나침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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